북한의 핵 무력 완성과 차후 대남전략 전망
북한의 핵 무력 완성과 차후 대남전략 전망
(2022년 11월 호 월간 『북한』_게재)
북한은 지난 9월 8일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함으로써 1955년 김일성이 원자 및 핵물리학 연구소를 설치한 이후 67년 만에 핵 무력을 완성했다. 북한의 핵 능력을 보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이미 60여 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 규격화를 통해 핵 무력의 고도화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전술핵 실전배치에 들어가 사용훈련까지 마쳤다. 핵 운반체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극초음속미사일 등으로 다양화, 고도화됐다. 핵무력법을 제정해 핵무력을 억지용이나 방어용으로만 사용하겠다던 ‘거짓 약속’을 벗어던지고 필요하면 언제나 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핵 사용 문턱을 대폭 낮추어 놓았다.
차후 북한의 대남전략 방향
핵 무력의 완성은 북한 3대 세습정권의 70여 년간의 노력의 결실이고 김정은에게 핵은 ‘만능의 보검’이다. 따라서 차후 북한의 대남전략은 핵무력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냉전 종식 이후 수세로 일관해 왔던 대남전략을 보다 적극적, 공세적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무력 완성으로 대미 억제력이 확보됐고 대남 군사우위로 한반도 적화가 가능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둘째, 차후 북한은 200기 정도의 핵탄두 축적과 미국 본토 타격능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핵보유국으로서의 역량구비를 위해서는 200기 정도의 탄두가 필요하고, 한미동맹 파기를 위해서는 미국 본토 타격능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대남 군사전략은 대병력, 재래식 무기 중심에서 전략군 중심의 핵전략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래식 무력의 열세 극복과 국방비 절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넷째, 북·중·러 북방 삼각관계 강화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패권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방 삼각관계 복원 여건이 호전됐고, 전술핵 재배치 등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와 유엔의 대북제재 저지를 위해서는 중·러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한국 내 진보·종북세력 확산과 종북세력 집권을 위해 핵 그림자 전략(nuclear shadow strategy)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확장억지로 한국에 대한 핵 공격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핵 그림자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력정책법에서 핵 사용 문턱을 대폭 낮추고 핵 선제타격과 일선 지휘관들의 핵 사용 결정권을 명시해 놓은 것도 핵 그림자 전략의 효용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핵 그림자 전략과 전망
핵 그림자 전략은 핵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핵위협을 통해 상대방을 굴복 또는 변화시키는 전략이다. 따라서 북한은 수시로 핵위협을 하면서 ①북방한계선(NLL), 휴전선 일대에서의 군사도발, ②납치, 테러, 산업시설 파괴 등 비군사적 도발, ③국가 기간산업, 국가 전산망 및 소셜미디어 플랫폼 공격, ④유언비어 유포와 사이버 공간을 통한 여론조작, ⑤지하당 공작 등을 적극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미의 대처역량은 허술하기 짝이 없어 북한의 핵 그림자 전략이 대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많다. 미국은 “모든 능력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거듭 약속하지만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나토식 핵 공유나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면 즉각 싹을 잘라 버린다. 천안함 폭침 사례에서 보았듯이 미국은 응징보다는 확전 방지를 중요시한다. 유엔은 제재는 고사하고 안보리 의장 성명에 북한소행이라는 사실도 적시하지 못했다. 김정은에게 미국은 종이호랑이 아니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손쉬운 상대’에 불과하다.
우리 사정은 더욱 처참하다. 정부가 공들여 온 ‘3축 체제’는 허점투성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북한 겁주려고 발사한 현무 미사일은 엉뚱하게 강릉시민만 잠 못 자게 만들었다. 북한의 핵 그림자 전략 대처를 위해서는 튼튼한 대공태세가 필요한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과 검찰·경찰의 공안전담 조직 폐지로 대공수사 기능은 완전히 무력화됐다. 간첩 혐의자 곁에는 항상 진보성향 변호사들이 붙어 묵비권 행사를 종용한다. 간첩 혐의자가 불구속 수사를 받는 경우도 많고 간첩죄 형량도 대폭 줄어들고 있다.
국보법 7조(찬양·고무죄)는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지 오래이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정은 환영, 수령 따라 배우기’ 행사가 수시로 열린다. 북한의 선전·선동이 더욱 심해질 것이 뻔한데 민주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고 헌법재판소에는 국보법 위헌 제청이 여러 건 계류 중이다. 그런데도 여당 의원과 통일부 장관은 북한방송 개방이 필요하단다.
1,000여 명의 북한 사이버 전사들이 우리 사이버 공간을 장악해 허위사실 유포와 선전·선동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대응 심리전 관계자들을 ‘댓글조작’으로 몰아 감옥에 보내고 조직을 폐지해 이젠 대응할 방법이 없다. 앞으로 북한이 수시로 핵 위협을 하면서 강·온 전략을 구사하면 ‘구걸을 통한 평화, 굴욕을 통한 대화’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많다. 북한이 전술핵 훈련을 한다면서 연일 미사일을 쏴대는데 야당 대표는 “제재 ·압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포용과 대화·협력을 주문했다.
우리의 대응 방안
한국은 핵보유국으로부터 공개적으로 핵 위협을 받는 유일한 비핵국가이다. 그리고 북한은 ①핵사용 문턱이 가장 낮고, ②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해 공개한 유일한 나라이고, ③일선 지휘관에게 핵 사용 결정권을 부여한 유일한 사례이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맞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김정은이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을 믿도록 ‘확장억지’의 대폭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핵공유 협정 체결이나 전술핵 배치가 어렵다면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가 선결돼야 한다. 북한의 국지도발 대처를 위해서는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통해 주요 사례별로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한·미 공동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북한의 위협이나 도발 시 실효성 있는 응징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 유엔 제재 강화 등 해묵은 대책에서 벗어나 북한의 위협 및 도발 수준에 따라 한·미의 대책도 전술핵 상시 순환 배치→ 핵 공유협정 체결→전술핵 배치→ 한국의 평화적 핵 재처리 허용→ 한국의 조건부 핵 개발 등으로 점차 상향 조정해 나가는 방안을 마련하고 공시 및 실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의 선전·선동과 간접침략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회복, 국가보안법 존치, 검찰·경찰의 공안전담 조직 부활,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죄의 보다 엄격한 적용, 북한 사이버 심리전 대응활동 부활 등이 필요하다.
넷째,북한 변화 전략 강화가 필요하다. 이젠 김정은 정권의 붕괴 외에는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중·러의 반대로 유엔의 추가 제재가 불가능하므로 우방국들과의 협조를 통해 대북 제재를 더욱 촘촘히 구성하고 북한 인권문제의 적극 제기, 휴전선 확성기 방송 재개, 대북 전달살포 허용 등의 대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염돈재 *바른사회운동연합 회원 *前 국정원 1차장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 대학원장 | 2022-11-09 | 조회 3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