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 장관 퇴직 후 안동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으로서 선비정신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병행중인 김병일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최근 ‘선비처럼’이라는 저서를 출간하였습니다.
저자는 안동에 머물면서 퇴계의 삶과 선비정신을 전파하게된 경위에 대해 “퇴계선생의 행적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는 후회와 감동에서 비롯됐다”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퇴계처럼 인생을 살아가도록 전도하는 마음으로 강의도 하고 글도 쓰게 됐다고 피력했습니다.
저자는 ‘선비처럼’을 엮게 된 것도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생길 때 우리 선비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다소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바른사회운동연합이 추구하는 기본 정신과 특히 최근 추진중인 교육개혁운동과도 맥락이 닿아있기에 김병일 공동대표의 저서에 관한 소개를 아래 상세히 게재합니다.
정신문화의 가난에 허덕이는 오늘날 우리 현실
선비정신은 과연 대안이 될 것인가?
국가는 부유한 대한민국 국민은 가난한 대한민국
최근 안동을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안동에 자리 잡은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을 찾는 수련생 때문이다.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은 강의와 체험을 통해 선비정신을 바르게 이해하고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선비정신을 배워 선비처럼 실천의 삶을 살아갈 기회를 마련하는 곳이다.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은 2002년 문을 열어 수련생을 맞아들였다. 첫해 2백여 명의 수련생을 시작으로 다음 해에도 2백여 명 정도가 다녀갔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결과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느끼기에도 선비란, 선비정신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다음 해부터 꾸준히 두 배씩 증가하기 시작했으나 2009년 전까지는 한 해 1만여 명에 못 미쳤다. 그런데 2009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2014년 한 해만 무려 5만5천여 명이 다녀갔으며 올해는 7만여 명을 목표로 한다. 더욱 의미 있는 점은 별다른 홍보의 노력 없이도 많은 이가 스스로 선비문화수련원을 찾았다. 왜일까?
이와 같은 소식을 접하는 사람은 열이면 열 의아한 반응을 보인다. 아마도 ‘어떤 곳이기에 갈까’보다 ‘왜 그곳에 갈까’라는 생각이 더 크지 않을까. 이는 선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 이를테면 부정적 유교문화, 고리타분함, 무능과 부패, 무기력과 같은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 것이 선비의 전부일까? 그렇다면 왜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인이 모르는 대한민국 가운데 하나로 선비정신을 꼽았을까? 지난여름에 크게 주목받았던 선비정신. 우리가 몰랐던 선비와 선비정신,《선비처럼》 을 통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선비와 선비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거짓말 같고 상투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만큼은 그게 사실이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공감할 것이나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에 대해서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 뒤집어 말하면 불행하기에 왜 불행한지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고민한다. 저자는 이런 고민과 노력에 선비와 선비정신을 제안한다. 우리가 몰랐던 선비와 선비정신은 무엇일까?
선비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왜곡되기 시작했다. 일제는 식민 지배를 위해 선비를 왜곡하고 우리의 정신문화인 선비정신을 왜곡했다. 이로 인해 선비와 선비정신은 공리공론(空理空論)의 온 상으로 치부되며 기억 너머로 사라졌다. 이어진 해방. 해방 후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굶주림을 면하는 것이었다. 하루 세끼 따뜻한 밥 한번 먹기 위해 탄광이든 전쟁터든 마다치 않았다. ‘잘 살아 보세’가 지상과제였다. 그 결과 라인 강의 기적에 빗댈 만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짧은 시간 안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고 많은 희생이 따랐다.
그리고 찾아온 풍요의 시대. 어쩌면 그 시간을 너무 쉽게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고생 끝에 찾아온 풍요를 즐기느라 나머지는 뒷전이었다. 물질적 풍요를 이뤄냈으니 정신적 풍요를 일궈야만 했던 시대였다. 전통 속에 간직했던 윤리의식은 전통과 함께 급격히 퇴조했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개인은 불행해지고 사회는 위험에 직면했다. 사회의 위험은 다시 개인의 위험을 초래하며 개인은 점점 더 불행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것이 바로 오 늘날 우리가 직면한 불행의 근본이다. 풍요를 만끽하며 시대를 흘려보낸 결과가 바로 오늘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법으로 놀라운 경제 기적을 일궈내며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다. 비록 무엇을 이뤄내야 할지는 바깥에서 가져왔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이뤄내야 할지는 우리만의 방법으로 일궈냈다. 오늘날의 불행 또한 마찬가지이다. 무엇을 이뤄내야 할지는 자명하다. 바로 새로운 가치관을 찾아 정신문화의 풍요로움을 이뤄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정신문화의 새로운 가치관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바로 선비정신이다.
한국 사회는 최근 갖가지 사회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이러한 흉흉한 사건ㆍ사고에 대한 근본대책으로 배려와 섬김이 자주 오르내린다. 결국 사회문제의 근본은 인성의 부족이라는 공감대 가 형성되며〈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법령으로 인성의 수양을 강제할 만큼 인성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저자가 선비와 선비정신에서 읽어낸 것이 바로 배려와 섬김이었다. 저자는 시대의 아픔을, 시대의 요구를 탁월하게 읽어낸 것이다. 물론 선비와 선비정신은 다양한 면을 지녔으며 그 가운데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그래서 저자는 부정적인 면은 버리고 긍정적인 면을 계승하자고 말한다. 더불어 전통의 무조건적 계승이 아닌 현대에 맞게 수용하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직접 정신문화의 수도인 안동으로 내려가 선비 가 되어 이를 알리고 배려와 섬김 외에도 현대인의 아픔을 치유해줄 선비정신을 찾는 중이다.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을 다녀간 많은 방문객이, 계속 늘어나는 방문객이 저자의 노력을 증명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선비정신이 바로 오늘날의 아픔을 치유할 해법이라 자신한다. 과연 저자가 자신하듯 선비정신이 오늘날의 새로운 가치관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물질문명의 풍요와 정신문화의 빈곤이라는 절뚝거리는 우리는 비로소 올바르게 걸을 수 있을 것인가? 선비와 선비정신을 시험대 위로 올려보자.
<저자 소개>
김병일(金炳日)
1945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학과와 행정대학원에서 학업을 마치고 1971년 행정고시를 거 쳐 30년 넘도록 경제관료로 봉직하며 국가재정경제정책 추진에 참여하였다. 통계청장, 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차관, 금융통화위원, 기획예산처 장관 등을 거쳤다. 2005년 퇴직 후 경북 안동으로 내려와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2008.2~)과 한국국학진흥원장 (2009.8~2014.8)을 맡으면서 선비정신의 확산과 국학의 진흥을 위해 힘써왔다. 지금은 도산서원 원장을 비롯해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조직위원장, 영남대 석좌교수 등을 맡으며 바쁜 나날 을 보내는 가운데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안동 퇴계 종택 뒤 산기슭에 위치한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 머 무르며 섬김의 리더십, 바른 인성 등 선비정신을 전파하며 착한 사람이 많은 사회를 만들고자 힘을 보태는 중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로 “조선왕조 청백리에 관한 연구”(1976),《고객을 위한 변화는 아름답다: 연설문집》 (2000),《퇴계처럼: 조선 최고의 리더십을 만난다》(2012)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