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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강력한 스파이 대응과 허술한 한국 방첩의 현주소

염돈재 *바른사회운동연합 회원 *前 국정원 1차장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 대학원장

국제사회의 강력한 스파이 대응과 허술한 한국 방첩의 현주소


(2023.06.27_서희외교포럼게재)


 1979년부터 22년 간 소련 스파이로 활동하다 종신형으로 복역 중이던 전 FBI 소련방첩 담당 로버트 한센(Robert Hanssen)이 6월 5일 특급 보안시설인 콜로라도주 플로렌스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한센은 스스로 소련 군사정보부(GRU)에 접근해 총 140만 달러를 받고 FBI가 소련에 부식한 고위 공작원 명단과 FBI의 소련대사관 도청계획, 방첩장비 운영방법 등 수많은 정보를 소련에 넘겨 미국 정보 역사상 최악의 스파이로 불린다. 


 하지만 한센 검거는 쉽지 않았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소련에 부식한 공작원들이 1980년대 초부터 소리 없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FBI와 CIA가 1994년 합동팀을 만들어 조사에 착수했으나 단서포착에 실패했다. CIA 에임즈 간첩사건이 터져 주로 CIA 요원 중심으로 내사한 데다 한센이 소련 요원과의 대면 접촉을 일체 회피하는 등 치밀한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FBI는 700만 달러를 주고 소련 KGB 요원을 포섭한 후 그가 제공한 단서로 1년여 내사 끝에 7년 만인 2001년 한센을 검거할 수 있었다. 간첩수사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국의 엄격한 스파이 대응


 미국은 간첩사건에 매우 엄격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CIA 방첩담당 알드리히 에임즈(Aldrich Ames)도 1985년부터 9년간 460만 달러를 받고 소련 내 미국 스파이 명단과 100건이 넘는 CIA의 대소련 공작문건 등을 KGB에 넘기다가 1994년 체포됐다. 그도 한셈 처럼 모든 사항을 순순히 자백해 사형은 면했으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아 27년째 독방에 갇혀 있다. 


 이스라엘을 위해 일한 미 해군 정보실 정보분석관 조나단 폴라드(Jonathan Pollard)에 대해서도 무척 단호했다. 1984년부터 매월 2,500달러를 받고 10권 분량의 전자감시 기술 자료와 러시아·중동 관련 정보를 이스라엘에 넘긴 폴라드에게 1986년 종신령을 선고됐다. 폴라드의 석방을 위해 여러 이스라엘 총리가 소련 및 아랍 스파이와의 교환 등을 제안하는 둥 갖은 노력을 다하고, 키신저 전 국무장관, 댄 퀘일 전 부통령, 뉴욕주 의원 100명 등 수많은 유력인사들이 선처를 요청했으나 미국 정부는 모두 거부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2015년 11월 가석방시킨 후 다시 5년간 주거제한을 하다가 2020년 이스라엘로의 출국을 허가했다. 


 재미 교포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의 경우도 1996년 강릉에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 잠수함의 항로 등 39건의 일반문건 자료를 주미 무관에게 전달한 혐의로 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4년 형기의 85%를 마친 후에야 가석방됐다. 

  

심화되는 국제적 정보활동과 방첩 법제 강화 추세 


 세계 주요 국가들은 통신 및 항공기의 발전과 1·2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각국의 정보활동이 대폭 강화되자 더욱 엄격한 방첩 법제를 갖기 시작했다. 미국은 연방헌법과 형법에 간첩·선동·전복행위 처벌 및 찬양·고무죄 등의 규정을 두고 있고, 특별법으로 간첩법(Espionage Act of 1917), 외국정보감시법(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Act of 2008) 등을 두어 압수수색과 감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독일은 형법에 평화파괴죄, 국가전복죄, 민주적법치국가위해(危害)죄, 대외안보위해죄 등을 규정해 엄격히 처벌하고 있고, 프랑스 형법은 입헌제도 파괴나 국토보전침해죄, 국가기밀해외유출죄, 반역자와 간첩에 대한 불고지죄를 규정하고 있다. 영국도 공공비밀보호법에서 간첩죄, 간첩 은닉 및 불고지죄 등을 규정하고 있고, 일본도 파괴활동방지법에서 내란·외환 행위와 교사·선동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분단 한국의 허술한 방첩 체계와 절실한 국민적 경각심


 우리는 건국 이후 북한의 집요한 적화공작 대상이 되고 있는 데다 4강의 이익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각국 스파이들의 치열한 활동무대가 되고 있으나 방첩체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첫째, 형법 98조에 간첩죄를 “적국을 위해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어 우리 군인이 중국, 러시아 정보기관에 포섭돼 1급비밀을 넘겨줘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 고육책으로 2012년 방첩업무규정(대통령령 제33006)을 제정했으나 방첩업무 수행과 기관 간 협조 체제 구축을 위한 것일 뿐 처벌규정이 없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둘째, 문재인 정부 때 북한 간첩망이 대폭 증가했으나 국가 방첩체계는 오히려 크게 위축됐다. 최근 창원, 제주, 전주, 민노총 등 간첩단이 연이어 적발되고 이들이 민노총, 전교조, 전공노, 농민연합 등에 광범한 지하조직을 구축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경찰·국군보안사 조직 축소, 검찰 공안부 폐지, 내년부터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등으로 국가방법 역량은 크게 약화됐다. 법원이 간첩죄와 찬양고무죄를 매우 엄격히 적용하고 있는 데다 통신사들이 감철시설 설치를 거부해 휴대폰 감청도 불가능해 간첩처벌이 매우 어렵다. 간첩 혐의자의 묵비권 행사, 재판부 기피신청, 법원의 재판 지연 등으로 이제는 간첩수사가 불구속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광화문 거리에서 김정은 칭송행사가 버젓이 열리고 북한지령을 받은 간첩단 사건이 계속 터저도 국민들은 태평하기 짝이 없다. 


 셋째, 산업스파이 문제가 중요한 안보문제가 되고 있고 2018∼2022년간 산업기술 유출 피해액이 25조원으로 추정되나 처벌이 솜방망이어서 산업스파이에 무방비 상태이다.  산업기술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국가첨단전략산업경쟁력강화및보호에관한특별조치법 등이 있으나 외국을 위해 첨단기술을 유출할 경우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토록 돼 있어 미국(최대 33년 9개월 징억), 대만(5년 이상 12년 이하 징역) 등에 비해 벌칙이 훨씬 약하다, 더욱이 2017∼2021년 1심 재판에 넘겨진 81건 가운데 유죄선고는 44건(54.3%)이고 유죄판결 중 집행유예 32건, 재산형 7건이고 실형은 5건에 불과하다. 이제 대한민국은 문자 그대로 간첩천국이 돼 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북한의 핵 위협과 북한의 지하당 확산으로 6·25 이후 최대의 안보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앞으로 북한의 핵 그림자 전술 구사, 군사도발, 산업시설 테러 등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나라를 간첩천국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방첩 체제를 신속히 강화하고 국민적 경각심을 높이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등록일 : 2023-06-28 12:55     조회: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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