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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의정치카페] 尹, 1년간 1000번 외친 ‘자유’… 외교안보는 성과, 내치는 경착륙

허민 *(現)문화일보 대기자/ 전임기자

尹, 1년간 1000번 외친 ‘자유’… 외교안보는 성과, 내치는 경착륙


(2023.05.10_문화일보게재)



허민의 정치카페-취임 1년 국정 어젠다 ‘자유’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 예찬론자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를 강조한다. 그가 설파하는 자유는 집권 1년 동안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최대 국정 의제로 자리 잡았다.


 윤 대통령의 자유론은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로 양분된 국제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하지만 내치 영역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착근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경륜 부족, 통치술의 부재 탓이다.


◇대통령의 의제


 지난해 5월 10일 취임 후 지난 9일까지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 대통령의 191건에 이르는 말과 글에 나타난 핵심 키워드는 ‘자유’다(https://www.president.go.kr 참조). 집권 1년 동안 국내외의 각종 연설, 회견문, 언론 인터뷰, 양자·다자회담, 회의·보고·포럼·간담회·현장방문 발언, 각종 대화, 강연회, 기념사, 환영사, 축사, 격려사, 추모사, 오·만찬사, 기타 메시지 등에 나타난 언급 횟수가 1000회 가까이 된다. 그 어떤 어휘 사용량보다 압도적이다.


 대부분의 말과 글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라는 단어를 적어도 수차례, 많을 땐 수십 번 언급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35번,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에서는 46번을 썼다. 2021년 6월 대선 출마선언 이후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신분을 거치면서 각종 공식·비공식 모임이나 회의 등에서 행한 것까지 더하면 정치 입문 후 그의 자유 발언 횟수는 두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은 “항간에 집권 1년이 지나도록 윤 대통령의 어젠다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의제가 없다 등의 비판이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확고하게 자유라는 국정 어젠다를 던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자유론은 권위주의·전체주의에 저항하는 정치적 자유,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막는 시장의 자유, 중앙집권을 배제하고 자치·분권으로 나아가는 자유, 국가와 국민을 전쟁이나 각종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안전·안보상의 자유를 포괄한다. 김 회장직무대행은 “윤 대통령은 모든 권위와 억압에서 벗어나는 ‘자유주의로의 레짐 체인지’를 꿈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尹 자유론’의 연원


 ‘윤석열 자유론’의 연원은 세 개의 문헌에서 발견된다. 하나는 근대 정치사상가 J S 밀의 ‘자유론’, 둘은 보수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그리고 셋은 경제조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헌법 119조 ①항.


 윤 대통령 스스로 학창 시절부터 읽고 감동했다는 밀의 자유론은 여론을 동원해 소수를 억압하는 다수의 횡포, 권력의 전제(專制)를 경고한다. 세계를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의 대결로 보는 관점이 여기서 생성됐을 수도 있다. 이때 ‘자유’는 ‘연대’와 짝을 이룬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윤 대통령은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해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연설 제목은 ‘자유와 연대: 전환기 해법의 모색’이었다.


 학창 시절과 검사 생활 내내 끼고 다녔다는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도 윤 대통령의 자유철학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 내용이 2019년 7월 검찰총장 취임사에 등장할 정도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각별한 믿음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헌법 119조 ①항과 통한다. 윤 대통령이 경제·민생·혁신회의 등에서 ‘자유와 창의’를 한 묶음으로 인용하는 데엔 그런 이유가 있다.


 실제로 그는 대선 출마선언 직후인 2021년 7월 8일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경제 역동성은 자유와 창의”라고 했고, 대선 후보 시절인 그해 11월 24일 중앙포럼에서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미래를 기회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자유와 창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헌법 119조 ①항의 내용을 인용했고, 지난 2일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도 “자유와 창의 없이는 1등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통치술


 윤 대통령이 밀과 프리드먼의 자유론,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 경제조항에서 자신의 자유철학을 정립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의 자유론은 한·미동맹의 복원, 한·일관계 정상화 등 외교·안보와 대외정책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내치 영역에서는 이따금 자유의 본성인 보편성과 포용력이 사라지면서 획일적이고 배타적이 된다는 평가에 직면해 있다. 특히 대여·대국회 관계에 이르면 자유는 때로 빈사 상태를 맞기도 한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특정 직역을 중용하는 이른바 순혈주의 인사 논란이 대표적이다.


 왜 그럴까. 첫째 ‘스테이트크래프트(statecraft·통치술)’의 부족.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초보 국정 운영에 따른 부산물이다. 여당 재선 의원 A 씨는 “대통령이 되기 전 중앙 정치 무대나 국정 운영 경험이 없어 목표를 구현해가는 기술이나 방법론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 부처 장관을 지낸 교수 출신 B 씨는 “국정 운영의 큰 방향은 맞지만, 과정 속에서 설득과 설명으로 가치와 안정성을 얻어가는 노력이 부족하다”면서 “대통령 주변에 경륜 있는 참모들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둘째, 권력화한 자유. 자유는 필연적으로 권위에 대한 도전을 수반하지만, 대통령은 지금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 그의 자유론은 민주주의와 전체주의가 충돌하는 국제질서 속에서는 힘을 얻지만 국내 정치, 용인술, 당정관계 등에 이르면 힘을 잃기 일쑤다. 여기엔 자신의 말은 쏟아내도 남의 직언은 잘 들으려 하지 않는 캐릭터도 작용한다.


 셋째, 다양성 상실. 자유주의적 세계관의 토대는 다양성 존중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다양성이다. 이는 대통령의 최대 의제인 자유론이 국정 구석구석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회의장을 지낸 원로 정치인 C 씨는 “대통령이 연일 자유 의제를 던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국민에 구체적인 비전으로 다가오지 못한다”고 평했다.


◇자유의 연착륙을 위해


 권력자가 자유의 열망을 실천에 옮기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지난 1년간 쉼 없이 자유론을 설파해왔지만 여전히 현실에 온전히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이데올로기적·정서적 양극화가 만연한 정치 환경에서 내년 22대 총선 이후에도 여소야대 지형이 계속된다면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경륜 있는 현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경세방략을 구하지 않으면 자유의 소프트 랜딩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용어설명


‘헌법 119조’는 이른바 경제조항임. ①항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 보장을, ②항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규제·조정 필요성을 명문화. ①항이 원칙 조항, ②항은 예외적 보조 조항임.


‘스테이트크래프트’는 국가 통치술, 국정 운영 기술, 치국술의 뜻. 통치자가 국가 경영을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목표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가치와 안정을 획득하는 것에 초점을 둠.


세줄 요약


대통령의 의제 : 윤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말글에 나타난 핵심 키워드는 ‘자유’. 191건의 메시지에 나타난 언급 횟수는 1000회가량. 자유는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최대 국정 의제로 자리 잡았음.


‘尹 자유론’의 연원 : ‘윤석열 자유론’의 연원은 밀의 ‘자유론’,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대한민국 헌법 119조 ①항. 그의 자유론은 한·미동맹 복원, 한·일관계 정상화 등 외교·안보 영역에서 특히 긍정 평가됨.


문제는 통치술 : 내치에서 자유는 때로 보편성과 포용력을 잃고 빈사 상태에 이름. 국가 통치술 부재, 소통 부족 등에 따른 것. 현자들로부터 경륜과 지혜를 구하지 않으면 자유의 소프트 랜딩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등록일 : 2023-05-11 10:17     조회: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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