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으로 더 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자
경제위축론에서 벗어나 선진국 도약 계기로 삼아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시행령이 발표되면서 이 법을 애초의 입법취지에 맞게 원안 그대로 시행할 것인가, 아니면 시행 이전에라도 일부 반대여론을 감안해 법 개정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외형적으로 이 논쟁은 현재 압도적으로 경제 중심의 관점에서 논의되는 양상을 보인다. 주로 공직자와 언론, 교원 등 사학 종사자에게 사교, 의례의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의 상한액이 현실적으로 너무 낮아 해당 요식업계, 한우농가, 화훼농가, 어민 등의 생활에 직격탄을 안기고 해당 산업의 미래마저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첨예하게 부각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 법의 적용대상에 언론계 종사자와 교원, 사학 종사자들 및 그 배우자까지 지나치게 광범하게 포함시켜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 자체의 실효성도 의문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한편 국회는 원안과 달리 부정청탁금지 대상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을 제외시키는 예외를 만들어 솔선수범보다는 이기주의를 보여준 바 있다. 나아가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익추구를 금지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들을 국회 입법과정에서 슬그머니 빼버렸다. 이로 인하여 최근 일부 의원들이 자녀취업 및 진학과정에서 청탁의혹을 받게된 사실과 맞물려 국회의원들은 여론의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이 법의 시행 이전 단계에서라도 개정하자는 주장은 1)상당수 언론사와 언론인들 2)새누리당을 비롯해 농어촌 지역 출신 국회의원 등 일부 정치권 3)법 집행에 따라 수입면에서 크게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산업 관련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현재 김영란법에 대한 반대는 이 법의 시행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갖게 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로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경제적 부작용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직접적인 경제적 부작용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요식업자, 한우농가, 화훼농가, 어민 등의 반발과 여론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나름대로 공감할 점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직접적 피해 대상자에 해당하는 분들에게도 이 법에 담겨 있는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이며 중대한 정치 사회 경제적 의미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김영란법은 청렴한 관료시스템을 기초로 한 법치확립을 통하여 경제의 활성화와 국가의 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는 노력이 없이 과연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것인가? 또 부정부패가 적은 나라의 시스템이 과연 얼마나 큰 경제적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문제는 필리핀과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 경험으로부터 미국식 제도를 도입한 나라다. 싱가포르가 건국되던 1965년 무렵 필리핀은 싱가포르에 비해 훨씬 크고 경제력도 크게 앞서 있는 나라였다. 하지만 필리핀은 미국식 제도의 외피만 입었을 뿐 그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공직자들이 10만원 이상의 식사나 선물을 제공받을 수 없게 돼 있으나, 필리핀은 이런 반부패에 기초한 관료 시스템을 제대로 정착시키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반면에 싱가포르는 건국 이후 리콴유 수상의 반부패 정책을 공직사회 뿐만 민간분야에까지 확장해서 강력하게 밀고나갔다. 본질적으로 한 사회의 부패를 막고 퇴치하려면, 공직사회 뿐만 아니라 민간분야도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는 통찰과 각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싱가포르는 부패추방에 대하여 국민들간에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고 청렴한 관료사회와 법치주의를 굳건히 확립하게 되었다. 이를 통하여 내외국인 투자가 확대되고 경제가 활성화되어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의 하나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리콴유 수상이 “싱가포르는 고위 공직자들이 부패를 거부하고 효율적으로 행정을 펼쳐나갈 때에만 살아남을 수 있다. 오직 그 때라야 싱가포르인이건 외국인이건 싱가포르에 투자할 것이다.”라고 한 말을 우리는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국내총생산 대비 해외투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투자자에게 예측가능하게 권리를 보장해주는 법과 그 실행이 얼마나 중요한 지 말해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입법화된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일부의 반대와 검증되지 않은 부작용을 이유로 개정부터 하려는 것은 국가의 품격과 법치주의 원칙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과오가 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언젠가는 통일국가를 이루어야 할 우리의 경우 법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입법단계에서 서로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선제적으로 중요한 만큼, 그런 과정을 거쳐 성립한 법은 절차를 거쳐 입법 취지대로 집행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이미 입법과정에서 예견된 문제점을 이유로,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만들 뿐이다. 특히 앞으로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하게 갈리고, 사상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계층적으로나, 다방면에서 복잡하고 이질적인 요소가 곳곳에서 분출하고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정치사회적 상황을 예상한다면 이해관계를 내세워 법을 변칙화하는 선례의 부작용과 해악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기본마저 흔들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현재의 김영란법은 눈앞의 일시적 경제위축론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진실로 선진일류국가론, 통일시대의 법치주의와 통합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논쟁을 우리의 미래와 후손 세대를 위해서 보다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다 심도있게, 보다 현명하게 승화시키길 기대한다. 그 결과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바른 사회, 건강한 국가를 우리 시대에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하고 이들이 권력층에 줄을 대려는 생각보다 열심히 자신의 실력을 키우도록 함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게 하여야 한다. 나아가 이 문제를 원칙에 입각하여 슬기롭게 대처함으로써 진실로 통일된 선진국가로 도약하는 계기를 열어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신영무(전 대한변협 협회장)
● 바른사회운동연합 성명서 김영란법’은 현행대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바로 가기 >>>
http://www.ccsj.or.kr/client/data/viw.asp?p_idx=94&cpage=1&cate=A
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 2016-05-16 | 조회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