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의 정치카페] 조국당, 지지율 치솟았지만… 도덕성 논란 본격화 땐 지금이 ‘정점’
조국당, 지지율 치솟았지만… 도덕성 논란 본격화 땐 지금이 ‘정점’
(2024.03.19._문화일보 게재)
■허민의 정치카페-조국혁신당의 상승세
‘검찰 정권 심판’ 구호 속 당 중심엔 피의자 줄줄이… 反尹·非明 급진적 유권자가 지지 토대
조국의 정치실험, 비극과 소극의 반복성 확인할까… 중도층의 도덕성 판단이 향배
가를 것
조국혁신당의 중심에 범죄 피의자들이 빼곡하지만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는 치솟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정권 심판’ 구호에 공감하고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 공천 내전에 실망한 반윤·비명 성향 유권자가 지지도 상승을 견인하는 형국이다.
조국당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건 윤석열 정권 심판론과 ‘3년도 길다’는 대통령 임기 단축 슬로건이다. 하지만 최고의 순간은 곧 소멸을 시작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조국혁신당을 채운 면면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본격화하면 지금 지지율이 ‘피크’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조국당의 토대
조국당의 지지 토대는 세 부류로 정리된다. ①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일부 수도권의 반윤·비명·친문 성향 유권자, ②연령별로는 6월 민주항쟁(1987년) 이후 촛불시위(2008·2016년)까지 광장민주주의를 경험했던 4050 세대, ③직업별로는 진보적 화이트칼라와 강남좌파 인텔리 그룹. 자본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정치 성향과 의식은 급진화한 중산층과 중첩된다.
한국갤럽이 3월 12∼14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벌인 ‘비례대표 선호 투표 정당’ 조사에서 집권당인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34%, 민주당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24%, 조국혁신당 19%로 나타났다(응답률 14.7%,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국당의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난 지역은 수도권(22%)과 호남(25%)이었다. 세대별로는 40대와 50대에서 각각 34%와 31%를 기록했다. 직업별로는 자영업(27%)과 사무·관리(22%)가 평균치인 19%를 넘었다. 일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을 택한 표심이 비례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55%)과 조국혁신당(34%)으로 분화했고, 진보 응답층은 조국혁신당(39%)과 더불어민주연합(38%)으로 양분됐다.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과거 문재인 정권의 지지 기반과 오버랩 된다. 문 정권은 소득주도성장론에 의한 경제 양극화, 대북·대중 저자세로 인한 안보 무력화, 주류세력 교체와 보수 대청소 등 국민 갈라치기가 불러온 사회 분열 속에서도 이들의 열광적 지지와 응원에 힘입어 임기 말까지 국정 지지율 40% 안팎을 유지했다.
조국당은 ‘친명횡재-비명횡사’ 공천에 염증을 느껴 잠자던 민주당 지지자를 깨웠고, 선명한 검찰 정권 심판론으로 윤 대통령을 선거판에 재소환했다.
◇문제는 중도야!
조국혁신당의 급부상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를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바꿔놓은 지 두 달도 안 돼 총선판을 다시 ‘윤석열 대 이재명’으로 만들었다. 정권 심판론이 불붙을 토대를 제공한 것이다.
여기에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한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아오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전격 출국시킨 일은 정권 심판이라는 민심의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조국혁신당의 상승 무드는 계속될까. 조국 현상은 바람으로, 효과로, 역사로 이어질 수 있을까. 관건은 관망하는 중도층의 태도다. 무당층이나 중도층이 선호 비례정당으로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는 걸 말해주는 유효한 지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갤럽 기준으로 보면 중도층의 지지 비율은 19%로 조국혁신당이 받은 평균 지지도에 그쳤고, 무당층은 7%에 불과했다.
즉 조국혁신당이 급진적 반윤·비명 성향 유권자를 넘어 중도 외연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조국 대표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3년은 너무 길다”면서 윤 정권 탄핵을 암시하고 22대 국회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한 것은 열렬 지지층의 환호를 불렀지만 중도층의 지지로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은 여권의 실정을 먹고 산다. 특히 선거철 야당은 대통령과 집권당의 실수에 기대어 표심 결집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이재명 사당’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은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조국혁신당이 이를 대신할 수 있을까.
◇비극과 소극 사이
조국당이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견인할 수 있는지에 두 개의 변수가 있다.
첫째, 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과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계속 이어지느냐. 수도권과 2030에서 반윤·비명 정서가 맹렬해진다면 중도는 조국혁신당에 더 많은 호감을 내보일 것이다. 둘째, 조국혁신당 구성원들의 도덕성 논란. 급진화한 세력은 ‘조국이라는 인물’보다 ‘검찰 정권 심판’ 구호에 열중하지만, 중도층은 인물의 도덕성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특히 도덕성 문제는 아킬레스건이다. 조국혁신당은 ‘가족 입시비리’ 등으로 2심에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비례 2번),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3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비례 8번), ‘윤석열 찍어내기’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박은정 전 부장검사(비례 1번), ‘김학의 출국 금지’로 재판 중인 차규근 전 검사장(비례 10번)을 보유한 정당이다.
조국혁신당 측은 윤석열 정부의 도덕성 기준이 공정하지도 않다고 공격한다. 하지만 정치인의 도덕성은 상대성이 아니라 절대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소극으로.” 카를 마르크스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제1공화정을 무너뜨리고 황제가 된 후 비참한 최후를 맞은 일, 그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이 제2공화정을 쿠데타로 전복해 집권했다가 몰락한 사실을 목도하면서 비극에서 소극으로 전화하는 역사의 간지(奸智)를 봤다.
조 대표는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9년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 그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가족 입시비리가 터지고 윤석열 총장 체제의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35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피의자 신분의 조 전 장관은 신당의 대표로 변신해 검찰 정권 심판을 부르짖고 있다.
◇지민비조 가능한가
조국 대표의 정치실험은 비극과 소극으로 연결되는 역사의 반복성을 확인할까.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의 혜택을 받게 될까, 혹은 4년 전 급상승-급퇴조 흐름을 보인 열린민주당 모델을 답습할까. 그 답은 여야 내부의 갈등 해소 여부, 선거판 구도의 변화, 그리고 베일을 벗은 조국혁신당 내부의 도덕성 문제를 지켜보는 유권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 용어 설명
‘역사는 반복된다’란 카를 마르크스가 저서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인용한 헤겔의 말. 마르크스는 “역사는 반복된다.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소극으로”라고 부연 설명.
‘지민비조’란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하라는 것. 신장식이 최근 이재명-조국 회동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조국혁신당의 관계를 “따로 또 같이”라고 설명하면서 한 발언.
■ 세줄 요약
조국당의 토대 : 급진적 반윤·비명이 핵심 지지 기반. ①호남·수도권의 반윤·비명·친문 유권자 ②6월 민주항쟁 이후 촛불시위까지 광장민주주의를 경험했던 4050 ③진보적 화이트칼라와 강남좌파 인텔리 그룹.
문제는 중도야! : 조국당 급부상은 총선판을 다시 ‘윤석열 대 이재명’으로 만들면서 정권 심판론이 재연될 토대를 제공. 하지만 조국당이 급진적 반윤·비명 유권자를 넘어 중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비극과 소극 사이 : 도덕성은 조국당의 아킬레스건. 핵심 인물 면면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본격화하면 지금 지지율이 ‘피크’가 될 수도. 조국의 정치실험이 비극과 소극으로 연결되는 역사의 반복성을 확인할지 관심.
허민 *(現)문화일보 대기자/ 전임기자 | 2024-03-19 | 조회 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