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운동연합

  지금 우리나라에서 보수는 궤멸되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 건재하고 있는가? 요사이 우리 같이 나이든 사람들의 모임에 가면 언제나 던지는 질문이다.  사실 우리의 근·현대사를 뒤돌아보면 해방 후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보수의 기류가 사회의 기조를 이루어 왔음이 사실이다. 반대로 진보가 사회에 발을 부치기 시작한 시기는 그만치 짧다. 특히 남북분단의 상황 속에서 정부가 수립되면서 진보세력은 일종의 사회주의 내지는 공산주의 혹은 낭만적 민족주의 형상으로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더욱이 한국동란을 거치면서 ‘반공’ 그리고 ‘경재성장’을 국가 운영의 우선적 가치로 강조되면서 이 사회에서 진보가 뿌리를 내리기는 어려웠다.  자타가 공인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내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 참으로 기적적인 일이다. 돌이켜 보면 경제성장은 민주화의 동인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먹고 사는 문제’ 의 개선은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와 같은 인본적 가치에 눈을 돌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 후반기 특히 유신 이후 민주냐 반민주냐가 전통적인 안보 프레임과 함께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잣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세력이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시기는 1987년 6·29선언 이후 헌법개정이 이루어지고 이어진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된 때라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태우 정부를 끝으로 한 군사정권의 몰락은 보수에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하였고 과도적 문민정권인 김영삼 정부의 출범은 진보에 파란불의 심지를 심어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후 김대중·노무현 진보정권 10년,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을 거쳐 다시 문재인 진보정권이 들어섰다. 앞으로 이러한 보수와 진보의 정권교체가 어떤 주기로 그리고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안되었다는 점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조명된 민심동향이나 남북문제 등으로 미루어볼 때 결코 보수에 유리한 징조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보수정권의 붕궤과정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다. 최초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지 불과 6개월도 안 돼서 탄핵에 의한 대통령의 파면이 이루어졌다. 왜 이런 불행한 사태가 우리 땅에서 벌어졌을까?  이어서 치러진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보수는 왜 그토록 참패했을까?  그 원인은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견해나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가장 가깝고도 직접적인 원인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스스로가 공적 영역에 사인을 개입케 한 어리석음과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보여 준 추태와 내부분열로 빚어진 민심이반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이 국가적 변혁사태 이후 보수는 구심점이 없이 배회하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망망대해에 떠도는 선장 잃은 난파선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흔히들 사용하는 양날개론을 꺼내지 않더라도 과거 기를 못 펴던 진보가 이제 제 몸짓을 하는 거야  역시 시대의 요청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던 보수가 힘없이 주저앉는 모습 또한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보수가 어쩌다 오늘의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 원인을 깊이 깨닫기 위해서는 가까운 데서 찾지 말고 먼데서부터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 첫째의 원인은 보수 정치세력이 적자생존의 법칙에 세심한 눈길을 보내지 못한 점이다.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치 못 했다는 뜻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자연도 변하지만 한 나라의 사회도 변하기 마련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환경변화는 인구구조의 변화라고 생각된다.   오랜 기간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중추세력은 한국동란을 기점으로 볼 때 베이비부머세대(1955-1963년 출생)와 그 이전에 출생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쟁의 고통을 직접 혹은 부모를 통하여 경험했을 뿐 아니라 전후 경제적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투철한 안보관과 산업역군으로서의 긍지와 의지를 가진 인구집단이다. 사실 그동안 보수가 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주는 영양분 덕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인구분포 상황을 보라. 베이부머 이전의 인구가 37%인 반면 그 이후의 세대가 63%를 차지하고 있다. 완전히 역전되었다. 보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들 뒤에 새로운 세대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둔감한 반응을 하면서 우둔한 대처를 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반하여 진보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보수보다는 일찍 눈을 뜬 것 같다. 예전과는 달리 최근의 선거와 여론조사 때마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나 괴물처럼 보이는 SNS와 같은 대중 미디어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가를 보면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 둘째의 원인은 보수세력의 온실화라고 생각한다. 온실 속의 꽃은 화려하게는 보이지만 자생력이 약하다. 들꽃은 눈비 맞고 항상 바람에 흔들려도, 누가 거름이나 물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핀다.  좀 과한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요사이 보수 정치집단을 보면 온실 속에 자라다 외풍에 시들어진 화초처럼 보여 측은하게만 보인다. 보수 정치인들은 아직도 늘 든든한 보수성향의 국민이 뒤에서 밀어주리라는 환상이 보호막으로 길들여 있지 않나 모르겠다.  그 셋째는 리더십의 불연속성이다. 인물중심의 우리나라 정치상황에서 대를 이어갈 리더의 부재는 크나 큰 정치위기를 초래한다. 지금의 보수진영의 형세가 바로 그렇다. 제2인자를 키우지 않는다는 것이 권력의 속성인 점은 이해된다 하더라도 보수의 약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리더십의 부재는 구심점 없는 방황을 초래하고 동력을 잃게 되기 마련이다.  과거 우리 사회에 많이 회자되던 말 중에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라는 자조적인 격언이 떠오른다. 이 말의 함의는 보수가 그동안 기득권의 늪 속에 빠져 자기정화와 자기혁신을 게을리 해 왔다는 점이고 그나마 여기까지 끌고 왔던 힘은 보수의 응집력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 응집력이 이제는 노쇠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보수정권 하에서 권력과 명예를 향유하며 호의호식하던 보수 정치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들인가.  나는 여기서 보수는 바른 길이고 진보는 그른 길이라는 식의 2분법 잣대로 이 문제를 재단하고 싶지는 않다.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 등 민주사회의 많은 대칭적 가치들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한 국가가 처한 때와 여건에 따라 가변적으로 적용되는 조합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진보 없는 보수도 있어서는 안 되지만 보수가 날개를 잃고 제 구실을 못 한 채 주저앉아 있는 것 또한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보수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명약관화하다. 보수의 깃발을 든 정치세력은 거듭나야한다.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과거의 향수병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옛집을 리모델링하는 정도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한다면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에서 지적한바와 같이 지금 우리 사회의 상황은 세대교체가 시대교체를 불러왔고 이 시대교체가 정권교체를 초래한 양상이다. 이러한 새로운 기류에 편승하여 보수가 다시 날개를 펴고 창공을 날려면 보수가 새로워지고 젊어져야 한다. 자생적 내부 응집력을 키우고 젊은 세대로의 외연을 확장하는 길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젊고 도덕적으로 참신한 정치세력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이러한 길로 들어서는 첩경은 노후하고 구태적인 정치 이미지를 가진 리더십을 청산하고 하루 속히 새로운 리더십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현 정치권에서 이러한 리더를 찾을 수 없다면 백년대계의 심정으로 지금부터 양성하고 발굴해야 한다.  지금 남북과 미북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우리의 안보와 국내의 정세가 흘러갈지 희망과 우려가 겹치고 있다. 최근 3·1절 집회를 계기로 그간 지리멸렬했던 보수시민단체들이 종전보다는 합당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면서 통합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또한 진보정권이 들어선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벌써 지방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야당 정치세력이 공천이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얼마나 참신한 모습으로 거듭 날 것인지 국민은 지켜보리라 생각한다.      필자소개                       박종흡 이사(바른사회운동연합 이사)   성균관대 행정학박사국회입법차장(前)공주대 객원교수(前)現 수필가 시인

  문재인정부는 좌파정권인가? 진보정권인가?   요즘 좌파니 우파니, 또는 보수니 진보니 하는 말들이 헷갈리도록 혼용되어 나는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다. 다만 진보진영에서 ‘경쟁 없는 평등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고, 그런 점에서 이 정부는 ‘진보’의 인증을 받은 것 아닌가.   문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즉각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를 폐지시켰다. 그리고 노조와 타협하며 수년에 걸쳐 이 제도를 정착시켜 온 기관장들을 적폐로 몰아 정리하였다.   교육부는 수능, 내신에서 ‘절대평가’를 확대하고, 자사고, 외고 등 특목고를 무력화시켰다. 학생들의 줄 세우기 경쟁은 안 된다는데, 세로세우기는 안되고 가로세우기를 한 것이다. 성적 자체가 상대적인 것인데 절대평가라니, 혼자 달리면 늘 1등인데, 달밤에 혼자 체조하는 모습 아닌가.     이제 공무원조직에 이어 공공기관들이 ‘경쟁’없는 조직이 되었다. 경쟁 없는 조직은 경쟁력 없는 철밥통 조직이다. 보신주의와 무사안일, 복지부동, 비효율과 나눠먹기가 판친다.   학생들도 ‘제비뽑기’식 대입제도에 일생의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민노총과 전교조는 정부결정에 갈채를 보냈지만, 과연 이런다고 ‘평등사회’가 될까? 진보정부의 고관 자제들도 상당수가 특목고, 자사고 출신인 것을 보면 이들이 추구하는 평등사회란 오묘한 불평등사회임이 틀림없다.   우리사회는 경쟁사회다. 사회가 고도화하면서 모든 면에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끼리 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겉으로는 화해, 협력, 나눔, 더불어 사는 공동체 등 따스한 어휘로 포장되어 있지만, 어느 세계건 밑바닥에 깔린 경쟁의 틀은 냉엄하다.   학교생활, 직장생활 그리고 이웃관계, 동료관계, 국제관계도 이 같은 틀 위에 세워져 있다. 어차피 경쟁은 차갑고 엄격한 것이다.     우리는 경쟁에 의해 성장해 왔다. 경쟁은 상호 동기유발의 촉매다. 자칫 부패와 안일로 흐르기 쉬운 사회의 소금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철학이다. 백 미터 달리기도 혼자 뛰면 기록이 안 나온다. 같이 경쟁하며 뛰어야 나온다.   그런데 정부는 경쟁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앞서 언급한 성과연봉제나 대입제도뿐 아니다. 교원평가제나 교수평가제는 이미 전부터 전교조의 주장으로 무력화되었다. 고교평준화에 이어 대학도 평준화(국립대학부터)시키겠다고 한다. 경쟁 없는 사회, 모두 똑같이 대우받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과연 존재할까?   우리는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유교사회였다. 연공서열을 항상 앞세우고 ‘나이가 곧 벼슬’인 사회였다. 차례차례 승진하고 똑같이 나누는 사회였다. 1기생, 2기생이 순서 있게 나아간다. 연한이 되면 자리가 없어도 승진한다. 그래서 보직 없는 과장, 부장도 많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나약한 조직이 대학이다. 대학에 가보면 거의 정교수이고 부교수, 조교수는 별로 없다. 가분수조직이 되었다. 미국대학은 테뉴어를 얻기가 힘들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버드대학은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교수들이 더 많다. 영국대학에는 과마다 한 명의 교수가 있을 뿐이다. 이 한 명의 교수가 은퇴하면 전국에서 공모를 통해 자리를 메운다. 강사 하다가 자동적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본도 교수는 전공별로 한 명 뿐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사회는 한번 임용되면 경쟁 없이 평생직장이 된다.     경쟁이 두려운 것이다. 차례차례 하면 언제이건 나에게도 차례가 온다는 것이다. 무서운 안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누가 조금만 출세가 빨라도 존경의 대상이 되기보다 질시의 대상이 된다. 힘들게 경쟁을 하여 정당한 대가를 받기보다 적당히 편하게 나눠 갖고 싶은 것이다. 일종의 담합이다. 집단이기주의다.   서양사회에는 개인주의가 발달되어 있다. 경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승부근성이 있어서 필요하면 목숨을 걸고 결투를 한다. 조직 내에서의 엄격한 경쟁과 평가와 경쟁은 승복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인사고과에 말도 많고 평가자체를 부인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경쟁하기보다 집단적으로 시위를 한다. ‘우리’ 속에 ‘나’를 묻고 집단이기주의에 호소한다. 노조는 물론 협회니 학회니 단체니 하는 이익단체가 항상 앞장선다.   정권이 바뀔 적마다 철밥통이라는 공무원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닫힌 조직을 열린 조직으로 바꾸고, 평가제를 마련하여 경쟁논리를 부여하려는 노력 말이다. 그때마다 저항이 따랐다. 그런데 지금은 이 같은 시도마저 사치가 되어 버렸다. 거꾸로 가고 싶은 것이다. 비효율은 공무원증원으로 메운다는 계산이다.     세계가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산업은 4차혁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사회가 미래변화에 어떻게 대비하고 발전해 나갈 것인지 우리의 고민은 크다. 이와 함께 우리의 교육은 경쟁사회를 헤쳐 나가는 지혜와 페어플에이 정신, 나아가 서로간의 타협과 협동정신을 키우는 것이 핵심과제일 것이다. 그런데 좌파정부는 ‘경쟁 없는 평등’을 찾는, 답 없는 질문만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소개                 이건영 박사(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미국 노스웨스턴대 도시계획학 박사건설부차관국토연구원장교통연구원장중부대 총장단국대 교수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 연설에서 “그동안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져야했던 국민들에게 이제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나서야한다”라고 선언하였다. 대통령은 작년 말 인천 낚싯배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즉각 국민안전은 국가무한책임 사안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문대통령의 지적대로 재난 방지와 위험 관리에서 국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수시로 줄을 잇는 참사를 보면 현재의 우리 국가 시스템에는 본질적 결함이 있음이 분명하다. 다른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우리나라의 법령과 규정은 선진국의 그것을 보고 만든 것이다. 말은 벤치마킹이지만 사실은 그대로 베낀 것이 허다하다. 미처 이해하지 못한 터라도 서둘러 시스템을 갖추어야 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었다.  평형수를 빼고 과적한 세월호나 비상구와 출입문이 장애물과 고장으로 작동 못하고 불법주차가 소방차 진입을 막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그리고 거동 못하는 환자의 대피를 돕는 인력이 모자라고 불법증축으로 대피로 이용이 불가능하여 피해가 커진 밀양 병원 화재 등은 이들의 행태를 금지한 법령이 없어서가 아니다. 법과 규정이 엄연히 있는데도 민과 관이 모두 그것을 어긴 탓에 일어난다. 그것도 해를 두고 거듭한다. 선진적 법규는 갖추었지만 법규 시행의 틀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해운업체, 스포츠센터, 그리고 병원 등 사고 당사자들은 죄인이므로 입이 열 개라도 말을 못한다. 그런데 정작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으려면 각자 사고 친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인 점은 돈을 챙기려고 안전 관리를 등한히 했고 관계 당국이 이 일탈을 철저히 관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더 벌려고 무리하게 위험을 자초하거나 마땅히 써야 할 데 쓸 돈을 안 쓰고 사적으로 챙긴 부도덕과 감독관청의 부패 또는 직무유기가 결국 참사를 반복적으로 유발해오고 있다.  사고 때마다 책임자를 처벌해 왔지만 판박이 참사가 자꾸 재발한다. 참사 유발 행태가 구조화되어 있지 않고서는 있기 어려운 일이다. 만 다른 선사보다 더 벌었다면 안전규정을 어기면서 평형수를 빼고 과적한 을 엄벌하면 된다. 그러나 다른 선사들과 수익률이 다를 바 없다면 세월호 참사는 해운업 전반에 구조화된 문제가 터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특히 해운업의 수익성이 다른 산업보다 높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운임은 정부의 인가사항이다. 정부가 대중의 낮은 요금 요구에 지나치게 기운다면 해운사는 다른 방법으로 손실을 보전하려하기 마련이다. 요금을 낮게 유지하면서도 해운사가 운항을 포기하지 않도록 다독이려면 감독관청은 평형수 빼고 과적하는 비리를 적당히 눈감아 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베낀 선진국 매뉴얼은 합당한 수준의 요금을 전제하고 작성된 것이다. 우리처럼 민생을 위하여 요금을 적정 수준보다 낮게 책정하는 나라에서는 지켜지기 어렵다. 이처럼 ‘매뉴얼 따로, 실제 작업 따로’의 구조는 우리 사회 도처에 널려있다. 매뉴얼을 따르지 않아서 발생하는 참사는 언제고 거듭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상 수준의 요금을 수용하도록 국민들을 잘 설득하여야 이 구조화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척결할 수 있다.  해운요금이나 의료수가가 시장에 의해서 결정된다면 다른 방법으로 손실을 보전하려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 정부의 무한책임은 안전규정을 확실하게 시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나라가 가난하면 민생요금을 정책적으로 낮게 책정하려하기 마련이고 그렇게 하면 필경 대형 안전사고의 반복이 구조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가난한 나라는 필수 생활비뿐만 아니라 안전 비용도 제대로 지출하지 못하여 생활이 쪼들리는 가운데 수시로 큰 인재를 겪는다. 안전도 공짜가 아니다. 경이적 경제성장에 성공한 지금 우리는 안전문제에 더 많은 지출을 감당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  대형 화재 참사 때마다 소방차진입을 막는 불법주차는 반드시 거론되는 단골메뉴다. 그러나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단속은 번번이 반짝이에 그친다. 충분한 주차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국가무한책임의 한 축이다. 마침 정부의 고용정책은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를 추구한다. 이 정책에 소방도로 불법주차를 해소할 주차장건설 사업을 연계하면 어떨까? 같은 규모의 재정자금을 지출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구조화된 안전장애 요인들을 제거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국가무한책임을 짧은 시간에 모두 수행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장애 요인을 제거하는 과도기에는 국민이 불가피하게 책임을 어느 정도 나누어 분담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가의 무한책임의무 수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개인이 국가 책임만을 탓하도록 오도하는 것은 재난을 대비하는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  세월호는 사고 발생 직후 본사 지시를 기다리느라 구호요청이 늦었고 승객들에게는 대피보다는 선실에서 대기하도록 요구하였다. 승객 안전보다는 평형수 빼고 과적한 잘못이 드러날 것에 대한 대비가 더 급했을까? 사고 발생 25분 후인 9시 14분 현재 선체의 절반 이상이 이미 기운 상태였지만 안내방송은 승객들에게 선실 대기 지시만 반복하였다. 많은 승객들이 일시에 갑판 위로 몰리면 배의 전복이 더 빠를 것을 염려했던 것은 아닐까?  안내방송을 믿지 않은 승객들은 탈출하였지만 믿고 대기했던 사람들은 참변을 면치 못하였다. 결국 평형수 뺀 과적이 관행인 나라에서는 학생들에게 사고 발생시 안내방송을 믿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하라고 가르쳤어야 옳았다. 선장의 지시에 따라 구조를 기다린다는 선진국의 안전 매뉴얼은 일탈적 관행이 없는 나라에서나 통하는 지침이다.  후진적 안전 장애요인이 구조화된 나라에서 국가무한책임은 안전체제의 불합리한 기본구조를 혁파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침몰하는 배나 불타는 건물에 갇힌 사람들이 국가의 구조만을 기다리도록 오도하는 것이 되면 안 된다. 개인 안전의 궁극적인 책임자는 개인 자신이다. 아무리 무한책임이라도 국가가 각 개인의 최종 책임까지 감당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물살 센 수영위험지역에는 으레 ‘수영금지(No swimming!)’라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의 안내문은 물이 깊고 물살이 세며 수온이 차서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수영하려면 이 위험을 알고 하라(Swim at your own risk!)’고 안내한다. 해당 수역의 위험정보를 알리는 것은 국가 책임이지만 수영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 책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수영의 개인 책임도 국가가 지려고 한다.  지금은 누구도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연출할 세계의 위험을 알지 못한다. 따라서 이 영역에 대한 사전적 국가무한책임은 오히려 부작용만 유발한다. 개개인이 신기술을 활용하는 모델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사용하다보면 그 효용과 위험이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터이다. 국가는 이 개별 활동들을 허용하면서 관찰하다가 관련 위험이 구체화되면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섣부른 무한책임은 자칫 안전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혁신적 개인 활동을 아예 금지하는 쪽으로 치우치기 쉽다.  안전문제가 검증된 영역의 불합리한 기본 구조를 국가가 책임지고 혁파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신기술의 신천지를 개발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위험요인이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일단 허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전문제에 대해서나 그 밖의 국민 삶에서나 국가무한책임을 확인된 구조적 불합리성 척결에만 한정하고,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이 책임지도록 하는 지침을 명확히 해주면 위험 관리체제는 성공할 것이다.     필자소개                 이승훈 교수   전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문재인정부가 출범하자 팡파르를 울리듯 집값이 치솟았다. 강남 집값이 요동을 치고, 마포 옥수동 등지의 재개발지역이 덩달아 춤을 추었다. 그래서 정부는 허겁지겁 6·19대책, 8·2대책, 11·3대책 등 연이어 대책이란 것을 내놓았다. ‘다주택자는 집을 팔라’고 협박하고, 여기저기 투기지역이란 붉은 팻말이 붙었다. 분위기는 살벌하지만 ‘주택시장’은 꽁꽁 숨어서도 오히려 미친듯 꿈틀거린다.   실로 해괴한 대책들이 조폭들이 휘두르는 헌 칼처럼 난무했다. 다주택자들은 죄인으로 몰렸다. 내집 마련하려던 젊은이들에게는 대출이 차단되었다. 재개발된다고 7,8년 기다리다 돈이 부족해 싼 동네로 가려던 사람도 길이 막혔다. 물건은 없고 호가만 오르자 집 사려던 수요자들은 중개사사무실에서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이러니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흘러가겠는가?   좌파들은 자산을 죄악시 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강남 또는 요지에 자산을 갖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의 자산규모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1급 이상 고위공직자 655명 중 275명이 다주택자다. 그들이 강남4구에 289채의 집을 갖고 있다. 본인들은 듣기 싫겠지만, 이러니 강남좌파 아닌가.   나는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강남좌파가 자기들 이익은 보호하고, 자기들보다 ‘더 부자’인 多多주택소유자를 겨냥해서 정책을 내놓았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가 그렇게 되었다. 강남 집값은 뛰고, 다른 지역의 집값은 떨어졌으니 말이다.   강남에서도 새 아파트와 녹물 나오는 헌 아파트값이 뛰었다. 왜 뛰었는가? 재건축 규제를 풀어주고, 투기를 막는다고 거래를 제한해 버렸기 때문이다. 재건축의 용적률, 층고 규제를 풀어주면 당연히 아파트의 가치가 올라갔다. 또 임대주택 의무규정을 없애주면 그만큼 값이 뛴다. 잠실5단지는 용도를 상향조정해 주고 50층까지 허가해 주었다. 정부가 베풀어준 특혜만큼 당연히 값이 뛰었다. 다른 아파트들도 같은 기대를 하며 덩달아 춤추었다.   강남에 많은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데, 조합원 입주권, 분양권 거래를 틀어막고, 준공한 아파트도 실거주 2년을 채워야 양도세 폭탄을 피하므로 거래가 거의 막혀버렸다. 이렇게 사유재산권을 유린당하였다. 시장에서 물건이 사라져버렸다. 거래절벽이 나타났다. 당연히 틈새를 비집고 나온 물건(10년 소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 입주권)은 값이 비쌀 수 밖에 없다. 거래를 막았는데도 집값은 숨어서 춤추고 있다. 이제 강남은 聖地가 되었다.    강남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새로운 칼을 갈고 있다. 재건축 허용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거나 보유세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건축초과이득세를 휘두르는 것이다. 국토부가 직접 시산해 본 결과 서울의 주요아파트는 재건축할 때 최고 8억4000만원, 평균적으로 4억3900만원의 이득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집값을 올려야 한다는 것인지 재건축을 추진하지 말라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말폭탄인지.          집은 서민들에게 가장 큰 자산이다. 어느 나라건 주택비가 생계비 중 가장 큰 항목이다. 뉴욕 맨하탄이나 런던의 고소득 샐러리맨도 소득의 반 가까이를 렌트로 내거나 주택대출금 갚아가는데 쓴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아직 그 비중이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고속성장기에 부동산가치는 경제발전 속도보다 더 빨리 커졌다. 그만큼 국부 자체가 팽창한 것이다. 결과로 자산소득이 근로소득보다 점점 더 비중이 커졌고 이것이 빈부격차를 더 벌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부동산시장을 뒤집어 엎을 필요가 있나.      집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 내 집을 갖고 싶은 소박한 욕망은 죄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주택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평생 갚아 나간다. 워낙 집값이 비싸니까 돈을 모아서 살 수는 없다. 그런데 정부는 주택대출을 대폭 줄여버렸다. 과거 70%까지 해주던 대출을 40%로 줄였다. 집을 사려면 집값의 60%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30대에 집을 사던 사람이 40대 50대까지 모아야 겨우 집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서민들은 빚지고 집 사지 말라고 한다. 이렇게 수요를 억눌러 집값이 잡힐까?   정부와 집권당은 요즘 헨리 조지를 연구한다고 법석이다. 부동산을 아예 公有로 할 생각인가? 내가 아는 한 토지 불로소득을 전부 환수하자고 이론을 만든 헨리 조지는 한 세기 반 전의 좌파 극단주의자일 뿐이다.    나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정부투자로 인한 개발이익을 환수하여 지하철사업비를 충당하는 정책에 대한 논문을 쓴 바 있다. 그러나 地代이익 환수에는 한계가 있다. 헨리 조지의 이론대로 100% 환수한다면 지대는 0이 되고 땅은 경제재가 될 수 없다. 공산체제로 가는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나는 정부정책과는 거꾸로 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먼저 주택시장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거래에 따른 취득세를 낮추고,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을 ‘지도’하려 해선 안된다. 일종의 주택선물상품인 분양권, 조합원입주권도 자유롭게 거래토록 하자. 주택시장에 나온 다양한 상품이다. 거래활성화도 부가가치 창출이다. 분양권 차익에 배가 아프다면 양도세율을 높이거나 분양권을 반납하는 방안이 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다시 70%로 늘려야 한다. 가계부채증가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 젊은이들이 집을 갖겠다는 소박한 욕망을 억누르지 말자. 빌딩에 투자하는 건 사업이고 주택에 투자하는 건 투기란다. 주택은 서민들의 좋은 투자처다. 하나 사고 또 하나 산 가난한 다주택자들이 주택임대시장을 활성화시킨다. 우리나라 양도세는 어느 나라보다 무섭고 잘 작동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건축에 그동안 준 혜택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용적률, 고층허용 등등 재건축시장에 준 혜택 말이다. 조금씩 단계적으로 하자. 재건축시장이 돈잔치에서 벗어나 차차 1:1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으로 자리잡아 가도록 이끈다면, 구태어 재건축초과이득세란 핵폭탄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나는 이 제안들이 강남의 ‘신축(new)’ 아파트값을 잡을 수 있는지는 자신 없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과연 강남좌파가 진정 집값전쟁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강남 자체가  타도대상인가. 감춰진 질투에 의한 한풀이인가. 어디나 부자들의 세상은 있는 법이다. 정부는 일반서민들의 집마련 걱정만으로 충분하다.     필자소개                   이건영 박사(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미국 노스웨스턴대 도시계획학 박사건설부차관국토연구원장교통연구원장중부대 총장단국대 교수

어느 사회건 집단의 선택을 이끌고 시행하는 틀이 있고, 구성원들은 이 틀 속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개별 역할이 집합적으로 결정하는 집단의 성과는 개인의 사적 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개인행동을 이끄는 활력은 사적 이익이지 집단의 이익이 아니다. 사회의 틀이 개별 사적 이익의 추구를 사회발전에 직결되도록 이끌면 사회적 활력이 넘치지만 그렇지 못하면 퇴행한다. 적폐의 본질은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기득권의 사적 이익 추구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7개월이 지났다. 개헌 변수를 고려하지 않으면 임기가 4년 5개월 남는다. 그 동안 많은 변화를 주도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적폐청산이다. 적폐는 사회발전이 기득권과 충돌하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일부 부유층과 권력층은 막강한 힘을 동원하여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면서 이익을 차지한다. 이미 보도된 공공부문 채용 비리는 이러한 유형이다. 소시민도 작은 기득권을 놓지 못하여 눈앞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외면한다. 길거리나 학원 폭력을 외면하는 대중의 방관도 적폐 리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다. 입소문으로 떠도는 권력층과 재벌가의 악행은 TV 연속극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상류층의 적폐다. 그러나 그들의 하수인은 소시민인데 이들이 돈 적게 벌더라도 다른 일을 가지면 상류층의 적폐도 그처럼 기세등등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국사회의 적폐는 여러 가지다. 재계와 관계는 물론 학계, 언론계, 정계, 법조계, 문화계, 교육계, 그리고 노동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적폐가 무엇인지는 이미 수없이 논의되었고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적폐 청산을 내걸고 검찰과 국정원의 월권적 횡포를 단죄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을 내치고 구속하였고, 언론계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의 경영진을 바꾸는 중이다. 재계는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가 구속되어 있고 법인세 인상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리는 각종 노동개혁이 가시화되고 있다. 노동계의 적폐는 핵심이 일자리 부족, 낮은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이고 그 대책으로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서두르고 있다. 반면에 경직적 노동시장이나 강성노조 등은 아예 적폐 리스트에서 제외하였다. 해외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한국 노동시장의 적폐를 현 정부는 적폐로 보지 않는다.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내세워 외고, 자사고, 그리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 인권위는 전교조 법외노조 결정이 위헌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하였다.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는 국정 교과서를 폐지함으로써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는 엇나갔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폐쇄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였고, 국정원 적폐 청산에서는 민간위원이 국가기밀을 통째로 열람하기도 하였다. 아직 청와대의 해명이 필요하지만 비서실장의 뜬금없는 UAE 방문 소동도 원전 수주 과정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상 현 정부의 적폐청산 활동을 보면 몇 가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첫째,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한다. 둘째, 대북 친화정책이다. 그리고 셋째, 이러한 지향점을 대국민 홍보와 청소년 교육에 확실하게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국민 대다수를 구성하는 노동자들이 잘 살고, 남과 북이 전쟁의 위험을 벗어나서 평화롭게 번영하고, 미래 세대들이 이러한 비전을 확실히 갖추게 하자는 여권의 이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 목표에 장애가 되는 모든 것은 청산해야 할 구 시대의 적폐로 규정한다. 유감이지만 이 야심찬 목표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이상 자체가 공허하고 방법이 시대조류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노동 존중을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임금이다. 그 노동을 써서 만든 제품이 좋은 값에 잘 팔려나가야 임금을 많이 줄 수 있다. 잘 되는 사업가나 임금을 많이 줄 수 있지 사업이 잘 안되면 누구나 임금 체불의 악덕 기업가로 바뀐다. 현 정부의 기업정책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주라고 기업들을 압박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알바생에게 더 주라는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사업주를 알바생으로 바꾸고 알바생 고용은 줄이는 쪽으로 빗나간다. 대기업이라고 다를까? 세계화시대에 투자는 꼭 국내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대북친화정책이 성과를 거둘까? 이미 핵개발 완성단계에 들어선 김정은이 대화에 나선다면 그 요구 조건은 전승국 배상금 수준의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고 이에 더해 미군철수일 것이다. 햇볕정책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인데 그 당시도 통일비용을 겁내던 우리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미일이 반대하는 대북지원을 강행하면 우리는 홀로 중국과 북한을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통일부는 개성공단 철수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국정원은 사실상 거세당하였다. 얼마 전 임종석 비서실장은 청와대에 포진된 주사파를 우려하는 국회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생애 최대의 모욕이라고 분개하였다. 만약 정부의 판단 착오로 남한을 김정은이 장악할 위기에 빠진다면 전 국민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이번에 문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중국이 보여준 태도를 보자. 역대 어느 대통령도 미국과 일본을 방문할 때 이러한 홀대를 받지 않았다. 세계질서 주도자로 미국보다 중국이 우리에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사회 일각의 기대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 정말 기이하다.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려는 공영방송정책도 그렇다. 지금처럼 국론이 양분화한 상태에서 어느 한쪽만을 편드는 공영방송은 적폐청산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적폐다. 그것도 반년여 남은 이사의 임기를 존중해주면 될 것을 감사원까지 동원하는 무리수를 두는 것을 보니 삼척동자도 눈앞에 닥친 지자체 선거나 개헌 때문이 아닌 지 의심한다. 노동 존중 정책과 대북 친화 정책의 성공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 그 비전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노력이 유용하겠는가? 그리고 그 목표로 가는 길의 장애를 모두 적폐로 규정하는 것이 옳은가? 지금 정부는 이 목표를 향하여 전 부서가 일관된 마스터플랜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나가는 중이다. 다만 속전속결의 의지가 너무 앞서기 때문에 생뚱맞게 느끼다가 점차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 정부와 워낙 추구 이념이 다르다보니 지난 정권의 업적은 모두 적폐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적폐청산은 바로 정치보복으로도 연결된다. 분명히 박근혜 정부는 인심을 잃었다. 결정적인 것은 지난 4.13 총선의 혐오스런 공천과정이었다. 그러나 통진당을 해산하고 전교조를 법외 노조 처리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해 온 성과에 대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더해 내부 분열까지 겹치면서 당시 야권, 즉 현 여권은 궤멸 위기까지 가다가 최순실 사태로 기적적으로 회생하여 집권까지 하였다. 그 과정은 수배 중인 사무총장을 체포 구속한 정부의 조치를 두고 민노총이 ‘염치없는 법치’라고 비난할 정도로 께끄름하다. 정부는 국민 다수가 급진적 정책 전환까지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문대통령 당선시 득표율이 그 직전 낙선시 그것보다 더 낮았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특히 북핵과 관련한 안보정책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적폐의 가짓수는 수없이 많지만 청산원칙은 한 가지다. 기득권이 사회발전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것이라야 한다. 일부 기득권이 다른 기득권을 제압하는 데 지나지 않는 적폐 청산은 청산이 아니라 새로운 적폐의 출현이다.     필자소개                 이승훈 교수   전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왜들 이러는가?    온 국민이, 사회 각 분야가 저마다 네 편 내 편하면서 편 가르기가 한창이다. 늘 얼굴을 대하는 한집 식구가 내 편이면 동지고 네 편이면 원수다. 끼리끼리 뭉치고 흩어진다.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끼리, 게다가 학연, 지연이 얽히고 노조는 노조대로, 협회나 조합은 또 그들 나름 집단이익을 위해 악다구니를 편다. 광장에 모여서, 청와대로 몰려가서 구호를 외치고 삭발을 하곤 한다. 선거에 일조를 했으니 보상을 하라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정치판은 좌파, 우파의 극단적 갈등이 폭발할 것 같다. 사회가 온통 정치싸움에 오염되어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시끄럽다. 정치적인 사안마다 이리 꼬이고 저리 꼬여서 서로 삿대질만 하는 것 같다. 공정해야 할 신문, 방송마저 편을 가르고 충동질을 한다. 좌파 아니면 우파, 어영부영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다.    서양은 개인주의 사회지만 우리 사회는 집단중심 가치관의 뿌리를 갖고 있다. 일본연구로 유명한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 보면, 일본식 단체주의를 ‘각자 알맞은 위치 찾기’라고 교묘한 수사로 표현하였다.    일본인들은 개인보다 국가 또는 조직의 이익을 우선하고 또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았다. 혼자 우뚝 군림하고 독차지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나누어 갖는데 익숙해져 왔다. 그래서 개인의 창의력보다 조직의 팀워크를 존중해 왔다. 이것이 우리를 포함한 아시아적 가치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속성상 ‘우리’라는 우리(籬)속에서 편안하다. 홀로 서 있는 모습보다 많은 무리 속에 서 있는 모습이 더 편안하다. 주위의 여러 사람들과 경쟁하여 우뚝 군림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나누어 갖는 것에 더 익숙하다. 좋게 표현하면 삭막한 약육강식의 사회보다 따뜻한 상부상조의 사회에 더 익숙하다.    서양사회는 천재나 영웅에 의해 이끌려 왔다. 그래서 예술가, 과학자, 발명가, 혁명가 등이 많지만 우리의 역사에는 성군(聖君) 뿐이다. 튀는 사람은 오히려 배척을 받아왔다. 동양과 서양은 이렇게 사회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굴리는 힘이 달랐다.    요즘 정치판의 끼리끼리 편 가르기는 이 같은 집단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우리나라는 어차피 복수정당에 의한 민주주의 사회이므로 제각기 색깔 다른 당이 정치를 이끄는 것도 이해하자. 당이 색깔이 있어야지 무색투명하다면 문제다. 붉은 당도 있고, 녹색당도 있고, 저마다 이념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다. 문제는 끼리끼리 모여 군중심리를 자극하고 집단적 사고의 결과 배타적 문화를 낳는다는 점이다.    우파와 좌파가 번갈아 집권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도 그랬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정권들이 들어서자 편 가르기가 도를 넘고 있다.    지난 정권의 정책은 모두 뒤집어지고, 이에 간여했던 관리들은 부역자다. 관청마다 한직에 밀려있던 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완장을 차고 부역자를 찾아 나선다. 복수전을 벌이는 것 같다. 옳건 그르건 네 편이 한 일은 적폐라는 도장이 찍힌다. 자칭 흙수저라는 사람, 을이라는 사람들, 노동자라는 사람, 집이 없다는 사람들이 기세등등하다. 중국 문화혁명 때의 홍위병이 이랬을까.    정치인 뿐 아니라 산업계, 심지어 언론과 방송, 판사들까지 편이 갈렸다. 어중간한 회색지대는 없다. SNS에는 서로를 비방하고 이간질하는 댓글들이 이어진다. 네 탓 남 탓으로 가득하다. 우리끼리는 선이고 너희끼리는 악이다. 관용과 이해보다 증오와 공격심리가 넘친다. 이런 삿대질 과정을 거쳐 끼리끼리의 진영논리는 점점 단단해지나 보다. 법해석도 진영논리에 따라 다르다.    집단주의에서 가장 무서운 함정은 이분법적 진영논리와 집단최면이다. 이것이 결국 집단이기주의로 흐른다. 아주 사소한 일상의 문제도 정치의 입장에서는 편이 갈린다. 여당이 찬성하면 야당이 반대하고 야당이 내밀면 여당이 걷어찬다. 당론으로 엮어 맨 집단최면의 결과다.    고함과 막말, 폭력과 과잉 쇼로 상대를 공격하여야 내 편이 강해지고 뭉친다. 막말을 잘하는 전과자나 싸움꾼 정치인들의 값이 높은 것은 그들이 상대방 진영을 잘 공격하고 집단의식을 리드하기 쉽기 때문이다.    4대강 문제는 지극히 공학적인 문제인데 시정의 아낙네들까지 편이 갈린다. 세월호가 무슨 이념적인 또는 정치적인 문제인가.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눈물을 조금 흘린 사람과 펑펑 쏟은 사람으로 나뉘어 패싸움을 몇 년간 했다면, 조선시대 상복(喪服)을 몇 년을 입느냐(예송논쟁)를 놓고 벌인 붕당정치와 무엇이 다른가.    조선시대 붕당들은 자기들은 군자당이라 부르고 상대방은 소인당이라 불렀다. 그리고 상대당 사안을 과대해석하거나, 오래된 글의 꼬투리를 잡아 역모(적폐)로 몰며 사화(士禍)를 일으켰다.    요즘 조지 부시의 자서전 “결정의 순간”을 읽었다. 중요한 사안 때마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의원들을 끊임없이 부르고 만나서 토론하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열정적으로 나타나 있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당론에 묶여 있다. 윗선의 지시를 따른다. 100% 의견이 같을 수 없는데도 일사불란하다. 조금 의견이 다르면 배신자가 되고 부역자가 된다. 완전히 편싸움이 된다. 개인주의사회에서는 질서가 중시되지만, 단체의식이 강한 사회에서는 의리를 중요시 한다.    국회의원을 당론으로 얽어매는 것은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헌법학자 허영교수가 지적한 바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자유의사를 허용하자는데 나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정치가 유연해져야 한다. 사회도 유연해져야 한다. 서로 목소리를 낮추자. 끼리끼리 단단히 뭉쳐서 집단의 힘으로 응집되기보다, 문을 열고 다양한 의견의 세례를 받자. 이웃의 다른 의견을 인정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나라전체의 의견을 조정하고 통합을 논의할 수가 있는가. 존 스튜어트 밀은 “국가의 가치는 그것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가치의 합”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필자소개                     이건영 박사(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미국 노스웨스턴대 도시계획학 박사건설부차관국토연구원장교통연구원장중부대 총장단국대 교수

  이미 긴박한 동북아 국제정세가 나날이 긴장의 도를 더한다. 그 핵심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인데 관련국들의 주장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UN의 대북 제재 결의 이후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도록 압박하고는 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의 원유공급 중단 요구에 시진핑은 인도적 명분을 내세우면서 난색을 표명했고, 러시아도 중국에 동조하면서 원유공급 중단 조치를 반대한다. 반면에 미국은 선제타격을 불사하더라도 북의 핵과 미사일을 완전 제거하겠다고 나섰고 일본도 이 주장에 적극 호응하는데 중•러는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은 해법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바야흐로 한반도 주변 4강은 전통적 미•일 대 중•러 대결의 긴장을 한껏 높이고 있는 중이다. 이 험악한 국면의 한 가운데에 놓인 남북은 외견상으로는 전통적 동맹 세력과 엇박자를 내면서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모습이다. 김정은은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러를 비난하면서 요지부동 도발의 강도만 높이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경고하면서도 전쟁이 해법일 수는 없다는 기본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의 강화만 제외하면 우리 정부의 태도는 중•러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북핵 제거를 위해서 미국은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는 과거 이라크 등지에서 구축한 미국의 강성 평판을 토대로 한다. 이제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마저 호언하면서 핵미사일 능력을 기르고 있는데 만약 미국이 김정은에 굴복한다면 세계 최강국의 리더쉽은 물론 본토의 안전마저 위협받는다. 결국 최후의 순간이 되면 미국의 선제공격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인접한 중•러를 배려하여 선제타격을 자제해 왔고 북한은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온 셈이다. 그러나 김정은도 미국의 선제공격이 북 체제의 종말을 뜻하는 것임은 잘 안다. 시진핑도 중국의 국경선에서 벌어질 미군의 작전은 수용하기 어렵다. 전쟁을 막을 대화가 불가피하다. 남•북간 그리고 북•미간 직접대화는 없다지만 미•중간 대화는 이미 진행 중이라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시진핑과 수시로 직접 통화하고 있다.     연일 도발강도를 높이는 북한은 한미의 침공에 대비한 자위력 강화라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인민의 굶주림보다 핵개발에 돈을 써온 북한의 안보는 인민의 안보가 아니라 세습체제의 안보다. 그런데 핵과 미사일을 가지더라도 현재의 민심이반이 계속하면 김정은 체제는 결국 무너진다. 당장 남으로 흘러나가는 탈북 대열을 막아야 하는데 남쪽을 점령하는 적화통일만이 세습체제 안정의 첫 단추다.     해방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출발한 남한은 세계 10대 부국 수준에 진입한 반면 공산주의를 채택한 북한은 비참한 굶주림의 빈국으로 전락하였다. 만약 북한이 권력구조라도 정권교체가 가능한 형태였다면 신정권이 구체제를 버리고 남과 협력하는 경제개발을 추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습왕조국가로 퇴화한 북한은 신격화한 김일성 지도부의 초기 선택을 결코 부정하지 못한다. 남한 형태의 경제발전을 남한의 도움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기부정이고 김정은 지도부의 자살행위다. 경제개발이 북한 동포는 구하겠지만 그 대가는 세습체제의 파멸이다.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이다.     김정은 체제에게는 남한의 존재 자체가 가장 큰 위협이므로 북으로서는 하루 빨리 남쪽을 접수하는 그들 주도의 통일을 원할 수밖에 없다. 연방제 전략이 물 건너 간 지금 북이 남을 점령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주한 미군이다. 직접 대화가 시작되면 북은 한미 군사훈련 중지 정도가 아니라 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다.     대북 원유공급 차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시진핑이 자신의 특사를 푸대접할 정도로 막나가는 김정은의 일탈을 결국 방임한다. 북의 최종적 핵무장을 원해서일까? 그보다는 원유차단의 대가로 미국에게서 얻을 것이 아직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中國夢에 핵무장한 북한은 거추장스럽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는 필수불가결이다. 북한의 자위력 강화의 명분도 충족한다. 그러므로 시진핑은 원하는 것을 얻어낼 때까지는 김정은의 불장난을 이용할 것이고 미군 철수만 약속받는다면 대북 원유공급도 중단할 수 있다.     미국에게 북핵과 미사일은 반드시 피해야 할 재앙이다. 전쟁불사론도 그래서 나온다. 만약 전쟁 없이 북핵과 미사일을 제거할 수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주한 미군의 철수도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 마침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고 있고 국내 반미주의자들은 트럼프 방한 중 모욕적 반미시위를 벌였다. 미군철수가 실현성 없는 공론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되어가고 있다. 만약 남한과 북한의 의지와 무관하게 미•중이 대북 원유공급중단과 미군철수를 합의한다면 한반도는 미군 없고 북핵 없는 분단상태로 돌입한다.     북은 핵무력을 내세워 미군 없는 南을 점령하고 싶겠지만 중국이 북의 핵무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南은 경제원조의 평화공세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려하겠지만 김정은 체제가 유지되는 한 그리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남이나 북이나 할 수 있는 일은 미•중 간 합의가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게 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뿐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한미동맹 준수는 미국의 선택 사항으로 변한다. 일단 유사시에 고립무원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북은 북대로 중국에 맞서온 김정은 체제가 교체당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없고 미군 없는 한반도의 새로운 구조에 대해서 어떠한 복안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미군철수는 주둔할 필요가 없어져서 물러가는 경우에 한한다. 예를 들면 주변 4강이 동의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통일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정은이든 교체된 지도부든 북이 무력으로 남을 점령할 위험을 조금이라도 남겨둔다면 미군은 철수하면 안 된다. 우리도 핵무장하겠다는 위협까지도 구사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유리한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미•중의 실세를 설득하는 데 우리의 외교력을 총동원할 때다. 속수무책 코리아 패싱을 당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필자소개                       이승훈 교수     전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이제 1년 하고도 약 2개월이 지났다. 바른사회운동연합은 이 법 시행 1년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하는 심포지엄을 지난 10월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일반국민의 80%, 공직유관단체를 포함한 법 적용 대상자의 95%가 이 법을 지지한다는 조사결과를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우리가 청렴한 사회, 부패가 없는 사회, 공정한 사회에 목말라 있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여론의 흐름은 법의 안정적인 정착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할 것이다.     그런데 법안이 마련되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여전히 많은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 이른바 ‘3·5·10 조항’이다. 법은 원칙적으로 금품등의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등’의 가액범위를 시행령에 따로 정해 두었고, 그것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3·5·10 조항’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농축수산인 및 음식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이 부분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국민권익위원회는 12월11일 전원위원회에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3·5·10’ 가운데 선물 상한액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이고 경조사비를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는 게 핵심 내용이다. 2주전 위원들 사이에 찬반이 엇갈리면서 부결됐던 것이 이번에는 합의로 통과됐다고 한다. 개정된 시행령은 입법예고를 거쳐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시행될 것이다.     사실 이 법의 시행으로 농축수산인이 어느 정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은 처음부터 제기됐다. 그동안 정부가 다른 정책수단을 통해 보완할 시간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시행령 개정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듯해 아쉽다. 이 법을 만든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은 지난 4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부 정책 변화로 특정 분야에 피해가 생긴다면, 그 피해를 해소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지, 가액범위를 5만원 늘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선 안 된다고 했다. ‘3·5·10 조항’은 ‘받아도 된다’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전부 금지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3·5·10은 정말 부득이한 경우를 대비해 만든 최소한의 예외 조항이지, 그 범위에서 받으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이 이런 논란을 보며 마치 ‘3·5·10’이 이 법의 핵심 내용인 것처럼 생각할까 걱정이다.     청탁금지법은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와 청탁문화를 근절해 투명한 사회를 구현하자는 ‘문화 바꾸기’다. 쉽게 생각하면 내가 먹은 것은 내가 낸다는 취지이며 청탁은 하지도 받지도 말자는 것이다. 다행히 젊은 세대, 학부모, 이제 막 출발한 공직자들은 이런 ‘문화’에 이미 익숙한 모습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없는 깨끗한 세상을 만들자’며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국민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젊은 직장인들은 이른바 더치페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신용카드 회사들도 더치페이 결제 앱을 만들어 활용하는 등 새 문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금액 조금 바꾼다고 해서 이런 문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오히려 차제에 이 법의 보다 근본적인 개정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부정청탁 금지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며 공직자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수행을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들도 복원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공적영역 뿐 아니라 사적영역에까지 만연된 ‘갑질’과 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우리사회에서 진정 부패를 없애려면 공사 영역 구분 없이 반부패법이 작동하도록 함으로써 전 국민이 새로운 생활문화를 만들어야만 한다. 부패야말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경제발전과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망국병이기 때문이다.     법치주의는 단순히 법에 의한 지배를 넘어 긍극적으로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사회적 동력이다. 바른사회운동연합이 반부패 법치주의를 주요 활동목표로 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법치주의는 민주국가의 구성원 누구나 당연하게 지켜야 할 명제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진행되었던 원전 건설의 공론화, 현재진행형인 적폐청산 작업, 또 사법부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툼들이 초법적인 권한 행사나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일은 아닌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2017. 12월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전 대한변호사협회장)신 영 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정권 출범 초기 방향 설정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때 지금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속담이 떠올라서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심은 나무가 잘 자라나 열매 맺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패망하지 않는 한 영원한 우리 보금자리다. 헌법이 정한 국가의 통치기구인 정부 역시 지속성을 갖는다. 그러나 집권세력인 정권은 유한하다. 국민의 선거에 의해 임무를 부여 받은 시한부 수탁자들일 뿐이다. 이 대의민주주의 원리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있다. 임기 내에 너무 많은 것을, 너무 빨리 성취하려 하는 속성이 바로 그것이다. 정권을 쥐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남의 속도 모른다고 속상해 할 지 모르지만 이게 사실인건 틀림 없다.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게 무척 많은 것 같지만 실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나라를 굳건히 지켜달라, 잘 살게 해달라, 법과 원칙이 지켜지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바른 사회를 만들어 달라, 이 세 가지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들은 우리의 소망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부를 이끄는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제1차적 소임이다.    국가의 목표는 구체적인 정부의 정책으로 실현되어간다. 우리는 정권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수단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건 공약들인 일자리 확대, 권력기관 개혁, 반부패, 교육개혁 등에 공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정권의 골든타임이었던 그간의 정부운영 실태를 볼 때 우려되는 바도 적지 않다. 우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은 차치하고라도 우리 눈에 비치는 정책추진 과정에서 노정되는 행태는 재고할 점이 있다고 본다.    그 첫째는 조급함이다. 임기 5년동안 대통령이 국민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빨리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선물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빠르게 할 일과 느리게 할 일을 현명하게 구분하는 것은 정책의 성패를 가름한다. 예컨대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논의는 임기 초부터 내놓지 않아도 될 문제다.    그 둘째는 가벼움이다. 특히 북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작금의 남북 간 그리고 미북 간 긴장문제의 대응은 신중에 더하여 무거움을 요한다. 전쟁을 원하는 국민은 하나도 없다. 과거 어느 정권도 전쟁을 꿈꾼 적은 없다. 우리는 대화를 통한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북이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를 마이동풍으로 대하는 터에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 되어서는 안될 터이다.    셋째는 감성 지향성이다. 정책과정이 이성적이지 못한 점이 있다는 말이다. 특히 정책 형성의 첫 단추인 공론화과정이 그런 것 같다. 현대사회는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서로 뒤엉켜 있어 시끄럽다. 같은 문제를 놓고도 관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정책의 경로로 들어오는 데는 다양한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공론화 과정은 지나치게 여론몰이식인 감이 든다.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 되듯이 여론도 바뀌기 마련이다. 포퓰리즘은 그래서 위험하다.    우리는 이른바 적폐청산을 하는 데 찬성한다. 과거의 반성 없이 미래가 없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위법행위는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적폐청산은 정권 주도세력의 우월한 도덕성과 철저한 비(非)정략성이 전제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소모적인 정치적 프레임에 말려 엉뚱한 정국으로 빠질 수도 있다. 적폐청산에 들이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은 것이며 그것은 결국 새로운 제도와 정책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우리는 현 정권의 개혁 의지에 찬사를 보낸다. 개혁은 초기에 밀어붙여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수긍이 간다. 그러나 과거 어느 정권도 개혁을 부르짖지 아니한 정권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개혁이 지속적이어햐 하고 과거 청산을 넘어 개신(改新)이어야 한다는 데 있다.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위난과 불확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안보도 불안하고 경제도 불안하다. 사회적 갈등도 심화되는데 정치마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각종 지표를 보면 OECD 국가 중 자살률 같은 나쁜 것은 거의가 꼴찌다. 국가경쟁력 또한 지난 10년 사이에 137개국 중 11위에서 24위로 추락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후진적 금융시장, 정부의 과도한 규제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하에서 노동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제1국정목표인 일자리도 제자리걸음이다. 청년실업률도 기대와는 달리 최악이다. 우리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언제 더 깊은 쇠퇴의 늪으로 빠질지 모를 일이다.    문재인 정부 첫 번째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다. 국정감사는 물론이거니와 예산을 비롯한 많은 입법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안보, 한미 FTA 개정협상. 공수처 신설문제 등 수많은 국정현안과 혁신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우리는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그토록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협치가 과연 얼마나 이루어질 것인지, 그리고 협치의 실현을 위하여 문재인 대통령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새 정부의 허니문이 끝나간다.     박종흡 (전 국회사무처 입법차장∙바른사회운동연합 이사)

최근 우리 사회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일시중단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7일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 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곧이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정부결정을 뒷받침하는 이사회를 열려다가 노조등의 저지로 무산되자 경주의 한 호텔에서 ‘몰래 이사회’를 열어 공사중단을 결의했다. 문대통령은 대선후보당시 신규 원전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중단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국무회의와 한수원 이사회의 결의는 공약에 따른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과 원자력 발전소 건설중단 결정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요에너지 정책이다. 헌법 제 89조는 국정의 기본계획이나 행정각부의 중요정책의 수립과 조정 등은 반드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탈원전정책과 이에 따른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공사 일시중단여부는 산업자원부가 주무부처로서 국가의 중장기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조정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마땅히 국무회의에 이에 관한 안건을 준비, 제출하고 국무회의에서 책임있는 설명을 하여야 했다. 국무회의 의장인 대통령에게는 주무부처 장관의 의견을 듣고 심도있는 토론과 충분한 심의를 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에서 탈원전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정책에 관한 산업자원부 장관의 안건보고가 없었다. 탈원전정책을 전제로 한 원전공사 일시중단 안건을 보고한 것은 국무조정실장이었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국무총리와 해양수산부 장관, 그리고 대통령이 언급하는 정도로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주무 장관인 산업자원부 장관과 미래창조 과학부 장관은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국무조정실장은 “공사 일시중지에 대해 충분한 토론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믿을 만한 뒷받침은 없었다. 진행 중인 원전건설을 일시 중단할 수 있는 법 규정은 따로 있다. 원자력안전법은 원전의 허가기준 미달 또는 허가조건 위반 등 소정의 사유가 발생했을 때만 원전 건설을 일시 정지할 수 있다. 원전건설공사의 일시 정지는 국무총리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결정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건설중인 원전 2기를 일시 중단을 해야만 할 사유가 발생하였는지는 전혀 제기된 바가 없다.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도중 영구중단될 지는 앞으로 구성될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으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위원회는 사회 각 분야에서 중립적 인사를 위촉해 공론화 진행을 맡게 되고 시민배심원단이 최종 공사가부를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에 맡기도록 한 것은 구성원들의 전문성, 중립성 확보에 대한 논의는 별론으로 하고, 우리 헌법상의 법치행정과 책임행정의 원칙에 명백하게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은 법치행정, 책임행정을 구현하기 위하여,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국가의 중요정책 수립과 조정에 관하여 각 주무부처가 안건을 제출하고 의장인 대통령의 주재로 국무회의에서 심의하여 결정을 하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왜 주무부처 장관은 침묵하고, 대통령은 왜 헌법이 정한 절차를 당당하게 따르지 않고, 다른 길로 가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원자력 발전소를 늘릴지, 아니면 탈원전으로 갈 지의 정책은 국가마다 원전을 보는 시각과 산업 및 환경에 대한 태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원자력 발전문제는 국가경제와 산업경쟁력, 국민들의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정책인 만큼 철저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헌법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결정할 문제이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 대선공약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 동의나 법절차의 무시에 대한 양해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대통령이 누차 공언한대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법조인 출신답게, 무엇보다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새 대통령이 되기를 촉구한다. 2017. 7. 20.전 대한변호사협회장 /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신 영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