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을 생각한다.
정재호 인천대학교 석좌교수
통계가 가능한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9,368천 가구에 19,877천 개의 주택으로 주택 보급률은 102.6%이다. 정부는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으므로 충분한 주택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투기꾼들의 소행이라고 보고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토부 장관에게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지만, 자가 보유율은 그 절반 정도”라면서 자가 보유율을 높이는 것이 최고의 정책과제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 등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각종 규제 정책을 펴는 것도 다주택자의 보유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를 쉽게 해 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더욱이 최근 어느 특정 아파트 한 채가 100억을 넘었다느니, 어느 특정 아파트들은 평당 일억씩 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며 서민들은 박탈감마저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종부세율을 대폭 인상하고 공시가격도 시가의 100%까지 순차적으로 올리겠다는 등 일부 층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서민들을 분노를 무마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은 우리 국민들의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재화이므로 우리는 지금처럼 표피적 몇 개의 간단한 수치나 국민들의 감정에 의한 단기적 처방만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좀 더 촘촘히 시장을 분석하고 더 치밀하게 정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주택보급률 100%가 충분한가? 이다.
정부 통계에 잡히는 주택 숫자에는 시골의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가, 곧 허물어 버릴 멸실 대상(2016년도 멸실 주택 132천호), 상가나 공장 안에 있는 주택, 고시원, 임시 막처, 비닐하우스 등도 집으로 계산되고, 옥탑방, 반지하, 부엌이나 목욕 시설이 없는 주택도 포함된다, 이들 숫자가 전국적으로 약 150만 호(서울 약 30만 호)가 되고, 미분양 주택도 주택 숫자에 포함된다. 국토교통부의 발표로도 안전성, 쾌적성을 고려한 최저주거미달 가구는 2016년 기준으로 1,027천 가구이다. 한편 가구 숫자 통계에서는 외국인 가구(2016년 등록된 외국인 가구는 433천 명을 넘는다), 고아원, 기숙사 등 집단 가구는 가구 숫자에서 제외된다. 주택보급률의 허상들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주택보급률은 110%를 넘는다(이미 2008년 일본 115.2%, 미국 111.4% 등). 이는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별장, 이사나 재건축, 재개발 등 에 대비한 여유 주택 등을 감안하여야 된다는 얘기다. 또한 우리나라는 인구증가는 적지만 1인 가구를 위시한 가구 증가는 가히 폭발적이다. 가구 수는 2005년도 1,590만 가구였는데 2016년 1,937만 가구,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가구추계를 보면 2035년 2,226만 가구이다. 주택의 수요는 인구가 아니라 가구이다. 주택공급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인구 천 명당 주택 수를 주거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한다. 주요국의 인구 천 명당 주택 수는 2009년 기준으로 포르투갈(2011년) 557채, 스페인 544채, 핀란드 531채, 프랑스 509채, 덴마크 500채, 독일 490채, 이탈리아 479채, 영국 443채인데 한국은 2010년 기준으로 302채이나 2016년도는 388채(인구 5,125만)로 많이 호전되었으나 아직도 이 기준으로 보면 주택은 400만 호 이상 공급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 사람당 주거면적도 2008년 기준으로 27.8m2로 2005년 기준 미국의 68m2, 덴마크 52.4m2, 스웨덴 44.5m2, 영국 44m2, 독일 40m2, 일본의 38m2보다 많이 좁다. (2010년은 33m2로 다소 향상).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우리나라의 주거복지 상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주택문제와 관련지어 또 하나 심각하게 고려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서 집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유럽의 네덜란드도 우리처럼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데 그들은 땅이 넓은 미국보다 더 쾌적한 삶을 살고 있으며 수도 암스테르담에도 5~6층 이상 건물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택지, 공장용지, 도로 등 공공용지 등 도시 용도로 사용되는 면적이 전체 국토의 6%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 주택은 3%밖에 되지 않는 데 비해 선진국들은 주택부지가 국토면적의 6%를 넘는다. (영국의 경우는 도시 용도가 2007년 기준 14.4%이며 대부분의 선진국은 10% 이상) 독일, 이태리 등은 산지를 아름다운 주택지로 개발해서 자연과 벗하며 쾌적한 삶을 사는 데 우리는 국토이용에 대한 규제가 너무나도 많다. 자연은 버려두는 것보다 잘 이용해야 더 잘 보존된다. 만약 우리가 영국처럼 국토 이용률을 올리면 이용면적이 지금의 두 배 반이 되고 이는 분당 신도시를 420여 개 지을 수 있는 땅이 된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주택 사정은 아직 공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다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대폭 올리는 것은 기존주택 거래시장에서 공급을 크게 위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정부는 재건축, 재개발을 투기로 보고 이를 엄격히 규제하고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는 강남 등 인기지역의 신규주택 공급을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공급을 여러 측면에서 위축시키나 꼭 특정 지역에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들은 가격을 더 주고라도 사야겠으니 아파트 호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특정 지역의 특정 아파트는 그 지역이 갖는 여러 가지 이점이나 공급의 제한성으로 인하여 가격이 매우 높을 수도 있다. 만약 그것이 과도하면 장기적으로 정상을 찾아갈 것이다. 뉴욕의 맨하튼이나, 런던의 챌시, 서울의 강남 등은 특수 요인에 따라 특수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재건축, 재개발의 이익은 이미 그 지역의 여러 가지 여건상 가치를 충분히 가진 지역이 개발을 통하여 그 혜택을 현재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투기와 상관이 없다.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고가로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겠다는 데에 정부 정책의 주요 목표점으로 해서는 안 된다. 그 것도 결국 장기적으로 시장의 원리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오른 가격에 따라 재산세만 잘 걷으면 된다.
최근 정부의 잘못된 현상 인식과 대처로 참여정부 시절 아파트값 폭등을 재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아파트 값 폭등은 IMF 당시 폭락한 집값이 정상을 되찾으며 반등한 데다가 그 이전에는 연간 50~60만 호를 짓던 아파트를 1998년~2000년 사이에 연간 30만 호 남짓밖에 짓지 못한 공급 부족에 원인이 있는데 투기를 잡겠다며 세금폭탄을 터뜨리며 호가 상승에 불을 지른 것이 원인이었다. 이번에도 재개발을 억제하고 다주택을 억압하면서 주택공급을 막고 세금폭탄을 터뜨리면 공급은 급감하고 호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서울이 특히 주택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요인은? 그것은 인구 밀집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북경이나 상해가 아닌 선전으로 km2당 2,079명이다. 일본 동경. 요코하마지역은 km2당 4,750명이고 런던은 km2당 5,100명이다. 뉴욕은 km2당 2,050명인데 서울은 이보다 월등히 조밀한 km2당 16,700명이다. 다른 도시들도 인구가 많으나 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은 일부 국지적 현상보다는 대부분 국민들의 주거의 안전과 주거수준의 향상을 목표로 하여야 하며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에 노력해야 한다.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방안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의 확대이다. OECD 국가 중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높은 나라는 2015년 기준으로 네덜란드(34.1%), 오스트리아(26.2%), 덴마크(22.2%), 프랑스(18.7%), 영국(17.6%) 등인데 우리나라는 6.4%에 불과하다. (독일은 민간임대가 53%, 공공 임대 5%로 특이). 토지주택공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택지개발과 일정 수준의 크기, 질, 표준화된 설계, 대규모 자재구매와 대규모 발주로 공사단가를 낮추고 필요 재원은 공채발행으로 조달하고 매월 받는 임대료로 이를 상환해 나간다면 충분히 공공임대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무리한 자가 보유율 향상 목표도 신중해야 한다. 자가 보유율은 전체 가구 중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가구의 비율을 의미하며 자가 점유율은 자기 집에 자기가 살고 있는 비율을 말한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자가 점유율은 57.7%이고 자가 보유율은 이보다 조금 높은 61.1%이다.
정부의 의도는 집이 없는 약 40%의 가구가 집을 갖도록 해 자가 점유율을 높여 주거 안정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도 자가 점유율이 아무리 높아도 70%를 넘지 않으며 자가 점유율을 무조건 높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글로벌 경제통계 사이트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각국의 자가 점유율(선진국에서는 자가 점유율과 자가 보유율을 구분하지 않는다.)을 보면 가장 높은 호주가 67%, 캐나다 66.5%, 프랑스 64.9%, 미국 64.2%, 영국 63.4%로 가장 높은 나라들이고(물론 예외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들은 매우 높다. 중국 90%, 러시아 87.1% 등) 일본은 61.9%로 우리보다 높으나 독일은 51.7%로 우리보다 낮고, 네덜란드 등도 공공 임대주택이 발달하여 매우 낮다.
무리하게 자가 점유율을 올리려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자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하여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무리한 정책을 쓰다가 Sub-prime 사태로 이어져 국제금융위기까지 일으키며 주택가격은 폭락하고 많은 가구는 헐값에 주택을 처분하게 되었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에 최고 69%까지 상승하던 자가 점유율은 그 후 급격하게 떨어져 2017년에는 도리어 62.9%로 낮아지게 되었다. 스페인의 경우도 비슷한 사례로 무리하게 자가 점유율을 높이려는 정책이 주택가격 폭락으로 오히려 경제적 약자들을 더 어렵게 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득 하위 10~20%는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다. 이들에게는 정부의 공공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주거 안정을 정책목표로 삼아야지 무리한 자가 점유율 집착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온다.
주택은 돈이 있는 사람이 구입하지 돈이 없는 사람은 구입하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저리의 융자를 지원할 수는 있다. 우리나라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나 그와 유사한 제도는 선진국에서도 매우 활발하다. 주택을 두 채 세 채 구입하는 사람들은 부족한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보완하는 민간임대시장에서 주택공급자라는 순기능을 한다. 이들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소수의 가진 자를 벌함으로 90% 다수의 지지를 얻겠다는 감정이 개입된 정치의 영역이지 정책의 영역이 아니다.
종부세는 정확히 주택부문의 부유세이다. 정책적으로는 이미 재산세를 충분히 누진적으로 징수하고 있는데 필요하면 누진율을 좀 더 강화해도 충분한데 굳이 소수만 별도로 구분하여 징벌할 필요가 있을까? 더욱이 부과 대상 기준가액은 10년 전인 2008년 그대로이고 공시가의 시가반영 비율은 100%까지 올린다면 상당히 많은 1주택 자가 포함될 것인데 목동이나 판교의 국민주택규모의 주택소유자들이 일반인과 구분된 특별히 부유세를 내야하는 대상인가? 이들을 특별히 가진 자로 구분하여 증오나 징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징벌적 세금으로 집값은 절대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켜 집값을 올리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끝)
필자소개
정재호 (인천대학교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법대, 미국 텍사스 주립대경제학박사두산 엔진 사외이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외이사대한민국의 대콩고민주공화국 국가경제개발자문사업단장 S&R 경제경영연구원 대표이사 회장LG그룹고문, LG 그룹회장실 부사장,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 경쟁국장,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국장한국국제협력단 초대이사
정재호 인천대학교 석좌교수 | 2018-10-18 | 조회 1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