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의 정치카페] ‘콤플렉스’에 지배당한 이재명…‘선-악’ 대결구도로 윤 정권 공격
‘콤플렉스’에 지배당한 이재명…‘선-악’ 대결구도로 윤 정권 공격
(2023.01.17_문화일보게재)
■ 허민의 정치카페-메시지로 본 이재명의 심리
날로 거세지는 검찰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메시지에 나타난 특징은 자신을 ‘절대선’으로 규정하고 상대를 ‘악마화’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자기애, 즉 나르시시즘에 빠진 우월콤플렉스의 전형적 특징이다.
문제는 원내 과반 의석을 점유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 수호와 방탄을 위해 총력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애와 선악 대결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집착이 강하며 성공 욕구가 크다. 반면 다른 사람의 지적이나 비판에는 매우 거칠고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사회적 성취를 일군 인사들은 대개 일반인보다 강한 자기애를 보이긴 하지만 이 대표의 그것은 유별나다.
첫째,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절대선이라 여긴다. 그 연장에서 본인의 과실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고 사과하는 데도 인색하다. 이 대표는 10일 검찰 소환 조사 때 포토라인에서 발표한 장문의 입장문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내란 세력들로부터 내란음모죄라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다”고 했다. 자신이 겪는 고충을 DJ가 받은 정치적 수난에 비교한 것이다. 또, “소환 조사는 정치 검찰의 함정이고 사법 쿠데타”라면서 지금 상황을 과거 자유당 정권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조봉암에 대한 사법살인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상대를 악마화한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하루 뒤인 11일 “사적 복수에 공적 권한을 사용하면 도둑”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앞서 4일 신년 기자회견 때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윤 정권이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 파괴, 정적 죽이기에 골몰했다”면서 “야당 말살 책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메시지는 이유 없이 고난받는 야당 지도자에 대한 조직 전체의 연민과 분노를 일으키도록 조율돼 있다. 이 대표가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은 기나긴 법정투쟁을 하는 동안 당 대표로서 내년 4월 총선을 지휘하겠다는 각오를 내보인 것이자, 민주당 전체의 충성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펴낸 책 ‘퇴마정치’에서 윤석열 정권 악마화에 올인하며 탄핵까지 거론하는 민주당 행태를 비판했고,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공당인 민주당이 사당화돼 간다”고 지적했다.
◇우월콤플렉스
이 대표의 메시지 특성은 정신분석학에 등장하는 우월콤플렉스의 특질과 중첩된다. 알프레트 아들러의 이론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콤플렉스가 있다. 긍정적 보상 욕구를 통해 이를 잘 극복하면 행복해질 수 있지만,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즉, 콤플렉스는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다.
이재명을 키운 것도, 곤궁에 빠트린 것도 8할은 콤플렉스다. 과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인 이재명이 갖는 배타적 브랜드’가 뭐냐는 질문에 “현장성, 변방성, 비주류, 아웃사이더”라고 답했다.(문화일보 2016년 12월 22일자 인터뷰)
사법연수원 수료를 앞둔 청년 변호사 이재명은 연수원 동기 정성호(현 민주당 의원), 문병호(전 국민의당 의원) 등과 약속했다. “기득권자의 길을 가지 말자. 각자 고향에서 변호사로 약자를 도우며 살자.”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콤플렉스를 지역사회에서 봉사하는 것으로 극복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정성호는 동두천으로, 문병호는 인천으로, 이재명은 성남으로 향했다. 초임 성남시장 시절 이 대표의 목표는 “권력의 맛에 취하지 않고, 권위적으로 지배하는 시장이 되지 않는”(이재명, ‘민주주의,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들다’)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 본격 입문 후 달라졌다. 특히 2016년 촛불 시위와 박근혜 탄핵 정국을 거치며 전국적 인물로 급부상한 이 대표는 이미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덕목을 키울 기회도 없이 유명 인사가 된 그의 정신세계를 우월콤플렉스가 지배했다.
통상 우월콤플렉스는 스탈린이나 히틀러 같은 전체주의 지도자나 권위주의적 통치자의 전유물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재명의 우월콤플렉스는 민주당 대선 후보와 당 대표를 거치면서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 원내 절대 의석을 보유한 제1당이자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야당의 힘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이회창, 이재명
대통령이나 유력 대선 후보까지 지낸 노무현·이회창도 법조인 출신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전투형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즐겨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둘 다 정치인으로서는 ‘가볍다’는 평을 듣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처럼 자기 수호에 집착하지는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변호하는 데 정력을 낭비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앞날을 더 걱정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알게 된 가족 구성원들의 부정한 돈거래를 부끄러워했고,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비극적 선택을 했다. 반면 이 대표는 스스로 변호하는 데 진력할 뿐 아니라 조직을 자기 수호를 위한 도구로 동원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엄격했다면 이 대표는 자신에게 관대했다.
돈 문제는 종종 야당 지도자들을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옭아맸다.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의 대선 시기 ‘거의 대통령’이 될 뻔했던 이회창 전 총재도 그랬다. 그런데 대응 방식만큼은 이 대표와 달랐다. 이 전 총재는 측근들의 대선 자금 수수 내용이 밝혀지자 2003년 12월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다 내가 시킨 일이다. 내가 감옥에 가겠다.”
이재명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 당시 정진상·김용 등 최측근이 구속 기소 된 데 대한 유감 표명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아니었다. 회견문은 정권에 날을 세운 메시지로 가득했다. 지난 대선 때 “100% 동의한다”고 공언했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폐지에 대해서도 현시점에서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진보신문을 표방하는 한겨레조차 사설에서 ‘측근 비리 유감 안 밝힌 이 대표’라고 비판했다.
◇파멸적 신념
우월콤플렉스는 열등콤플렉스보다 더 깊은 병적 현상이다. 열등콤플렉스가 “나는 안 돼”라는 좌절에 젖게 한다면, 우월콤플렉스는 “나만 옳다”는 그릇된 신념으로 인도한다. 열등콤플렉스는 개인을 파멸시키지만, 우월콤플렉스는 조직 전체를 파괴한다. 이재명 수호에 동원되는 민주당이 지금 그런 지경에 처해 있다.
■ 용어 설명
‘우월콤플렉스’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병리적 신념. 아들러는 우월콤플렉스에 빠지면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고 위장술을 쓴다고 지적.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성과 위에 개인심리학을 발전시킨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콤플렉스를 극복하려는 권력 의지, 열등감에 대한 보상 욕구가 인간 행동과 발달을 결정한다고 함.
■ 세줄 요약
자기애와 선악 대결 : 이재명 메시지는 자신을 ‘선’으로,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있음. 고난받는 당 대표에 대한 조직 전체의 연민과 분노, 충성을 불러일으키도록 조율됨. 이는 자기애에 빠진 우월콤플렉스의 전형.
우월콤플렉스 : 콤플렉스는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이재명을 키운 것도 위기에 빠트린 것도 콤플렉스. 청년 변호인 시절과는 달리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우월콤플렉스가 이재명을 지배하며 지금은 통제 불능 상태.
파멸적 신념 : 노무현·이회창도 법조인 출신 지도자였지만 조직을 자기 수호의 도구로 삼지는 않아. 열등콤플렉스는 개인을 파멸시키나 우월콤플렉스는 조직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민주당이 그런 지경에 처함.
허민 *(現)문화일보 대기자/ 전임기자 | 2023-01-17 | 조회 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