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처벌하는 규정 도입해야”
제3회 반부패 심포지엄 개최, 민간부패 예방방안 논의
바른사회운동연합(상임대표 신영무 전 대한변협 협회장)은 5월 25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반부패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확립 및 기업의 형사책임 보완’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기업 등 민간영역의 비리를 근절하는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창립이후 세 번째 열린 이날 반부패 심포지엄은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민간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의 부패 근절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신영무 상임대표 “민간부패 예방위해 기업컴플라이언스와 내부 제보자제도 중요”
신영무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가습기 살균제사건, 모 화장품회사 대표로 인해 촉발된 법조비리 사건은 민간부패와 비리가 주무관청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등 지식인 집단의 양심까지 마비시켰다”면서 “기업의 부패를 막기위한 컴플라이언스와 내부 제보자(Whistle Blower) 제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대표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과 관련해 “청렴한 사회를 만들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제정된 이 법은 예정대로 시행되어야 한다”며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부정청탁행위 금지의 대상에서 제외된 문제점등을 추가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신대표는 “공공분야뿐 아니라 민간분야,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부정부패까지 법으로 엄단해야 사회전체가 투명하고 깨끗해지는 새로운 문화가 생기고 공정경쟁풍토도 조성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주제발표와 토론은 양삼승 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참석자들은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기업비리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비리를 저지른 개인뿐 아니라 해당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또한 뇌물 등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개념을 벌금형 산정기준으로 도입해 범죄로 인한 이익보다 더 큰 벌금부과가 가능해야 범죄예방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향후 법개정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국내 뇌물관련 법규에 포함시키는 입법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함께 기업이 준법경영을 위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 시행하는 등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 면책하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지침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 “준법은 지멘스 그룹 최고의 가치”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은 독일 지멘스 그룹의 컴플라이언스 운용 발표에서 “준법은 그룹의 최고의 가치이며 준법감시조직은 그룹회장 직속기구로서 준법위험의 관리,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등 예방부터 내부고발 등을 활용한 조사, 불법행위의 대응 등의 관리를 끊임없이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멘스는 지난 2006년 4억 6000만유로(약 69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해 각 국의 공공기관, 정치인 등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이후 경영진 교체를 비롯해 엄격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시행해오고 있다.
김회장은 “본사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비즈니스를 함께 진행하는 파트너에 대해서도 동일한 부패위험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학습과 위험관리 등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김회장은 김영란법 시행령과 관련, “법인이 준법경영을 강화한 경우 처벌수위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야 법인처벌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컴플라이언스를 운용하는 법인에 대한 법의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택림 변호사 “뇌물자금의 출처도, 뇌물로 인한 혜택도 기업인만큼 뇌물죄에서 기업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법체계의 흠결”
법무법인 광장의 오택림 변호사는 “현행 형법상 기업의 임직원이 관급계약을 따거나 인허가를 받기위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경우 해당 임직원 개인은 뇌물공여로 처벌할 수 있지만 기업 자체는 양벌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변호사는 “반면 내국 법인이나 개인이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경우, OECD 반부패 협약에 따라 제정된 국제뇌물방지법에 따라 개인과 법인이 모두 처벌된다”면서 국내뇌물죄에도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변호사는 “오늘날 큰 규모의 뇌물은 대부분 기업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뇌물의 자금원 역시 기업 자금인 경우가 다수인데다 뇌물로 인해 목적을 달성했을 때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도 기업이라는 사정을 감안하면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입법이며 더 큰 범죄예방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국내법인이나 개인이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경우 적용되는 국제뇌물방지법에는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개념이 벌금형 상한을 정하는 기준으로 도입되어 있어서 개인과 법인에게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의 2배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있지만 형법 등에 규정된 국내뇌물죄의 벌금형 상한기준에는 이같은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개념이 없다”며 “국내뇌물죄에서도 범죄행위로 얻은 이익개념을 도입해 벌금형 상한기준에 반영해야 범죄에 대한 억지력이 생길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오변호사는 국내뇌물죄에 기업형사책임을 인정하는 양벌규정을 도입하는 한편 한국의 양벌규정은 무과실 책임이 아니고 “상당한 주의 및 감독”을 한 경우 면책되는 구조인만큼 평소 반부패 컴플라이언스를 수립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면책을 인정하는 컴플라이언스 항변을 인정하자고 제안했다. 즉, “미국이나 영국처럼 기업이 수립 운영해야 할 반부패 컴플라이언스에 관한 자세한 가이드를 수립해서 기업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반부패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기업도 사전예방노력에 주력하되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자발적으로 신고해 선처를 받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것”을 강조했다.
토론자들 “뇌물죄 양벌규정도입 부패예방효과, 강력한 부패방지법 필요”
토론에서 유니스 김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등은 뇌물로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뇌물을 ‘합리적인 투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자발적으로 반부패 내규등을 제정하고 준수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강력한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어야 하며 형법의 뇌물죄에 양벌규정 등을 도입해야 부패예방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교수는 “전관예우, 혈연 학연 지연위주의 풍토, 호화접대를 미풍양속이라는 생각하는 분위기가 부패추방의 심각한 장애요인”이라며 “결국 법집행기관의 일관성있는 법집행 등 외부의 요인이 부패척결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숙 서울법원 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은 “우리 실정에 맞는 컴플라이언스의 개발이 필요하고 교육보다는 점검과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의 부패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위원은 “그동안 공무원 행동강령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김영란법은 청탁금지법이라는 점에서 보면 특히 선물등을 받는 쪽에 초점을 맞춰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춘재 한겨레신문 법조팀장은 “최근 가습기살균제 수사과정에서 모 대형로펌이 문제를 일으킨 회사를 위해 잘못된 변론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로펌의 정당한 변론활동의 한계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됐다”며 로펌의 문제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같은 변론으로 인해 기업들로 하여금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로펌들이 방어해줄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삼승 변호사는 결어에서 “당면현안은 청탁금지법인데 오늘 토론과 발표를 들으니 더 시급한 것이 뇌물죄에 대한 법의 정비가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향후 입법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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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임 대 표 인 사 말 씀
2016.05.25.
안녕하십니까?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를 맡고있는 신영무 변호사입니다.
바른사회운동연합이 창립된 이후 오늘 세 번째로 개최되는, ‘반부패 컴플라이언스 확립 및 기업의 형사책임 보완’ 심포지엄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자리는 우리 사회의 부패를 근절하여 더욱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 나아가 법치가 확립된 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바쁘신 중에도 오늘 심포지엄의 좌장을 맡아주신 양삼승 변호사님, 주제발표를 해주실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님, 오택림 변호사님, 패널로 참여하시는 유니스 김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 이정숙 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님, 이춘재 한겨레신문 법조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귀한 걸음을 해주신 참석자 여러분들께도 주최 측을 대표해서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몇몇 사건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그리고 모 화장품 회사대표로 인해 촉발된 ‘법조비리’ 사건입니다. 이러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민간 분야의 부패와 비리가 주무관청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등 대표적인 지식인 집단의 양심까지도 마비시켜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어온 비리가 수많은 귀한 생명을 앗아갔다는 사실 앞에서는 참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부패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라면 일반 국민들은 과연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겠습니까? 앞으로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겠습니까? 국제경쟁력이 높아지겠습니까?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겠습니까?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반부패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는 준법경영의 확립을 통해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가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지멘스사 김종갑 회장님의 발표에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지멘스사는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불릴 만큼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훌륭하게 정착시킨 곳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 기업들에게도 큰 도움과 시사를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울러 컴플라이언스를 확립하기 위해 Whistle Blower(내부 제보자)의 역할과 법적인 보호 장치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보완할 점은 없는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최근 또 하나 우려스러운 현실이 있습니다. 부패를 추방하기 위해 제정된 김영란법의 시행을 앞두고, 일부 정치권과 농축산∙화훼농가, 그리고 일부 언론까지 나선 가운데 이른바 경제위축론을 내세우며 법의 개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터무니없는 근거를 바탕으로 한 잘못된 주장입니다. 부패는 경제활성화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공정경쟁 기반을 무너뜨려 결국 경제발전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우리는 이제 공공분야뿐만 아니라 민간분야, 특히 대기업과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 간의 부정부패까지 예방하고 엄단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 전체가 투명하고 깨끗해질 때 정책과 법 적용의 불확실성도 사라지고 공정경쟁도 보장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과 원칙을 바로세우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합니다. 싱가포르나 홍콩의 경우처럼 공공분야는 물론 민간영역까지 부패의 씨앗을 확실히 도려낼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 전반에 걸쳐 반부패의 문화가 확립된다면 내외국인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의 경제발전을 통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김영란법은 우선 시행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이 법은 청렴한 사회를 만들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제정된 것입니다. 예정대로 시행함이 원칙입니다. 작은 문제들은 시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개정하고 보완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부정청탁행위금지의 대상에서 제외된 점, 이해충돌방지규정이 통째로 빠진 점, 사적 영역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들만 포함된 것을 전체 사적영역으로 확대하는 등의 문제와 관련하여 논의가 진행되고 보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편 현행 형법에 따르면 기업이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경우, 그 행위 당사자만 처벌하게 되어 있습니다. 기업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심각한 뇌물 범죄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뇌물로 얻은 이익을 향유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불합리한 점이 그 동안 방치되어 왔는데, 오늘 이 분야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 오신 오택림 변호사의 발표도 기대가 됩니다. 이러한 입법 상의 흠결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그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 역시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기업의 준법경영과 청렴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반부패와 법치주의를 확립함으로써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 2016-05-27 | 조회 3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