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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고문,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연구원들과 간담회
  • 글쓴이관리자
  • 등록일2015-03-26
  • 조회수1510

한국, AIIB 가입해 지배구조 / 운영 투명성 높이는 역할을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AIIB 의견 교환


사공일 바른사회운동연합 고문(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중 경제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곳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다. 풍부한 정책 경험을 겸비한 이 연구소의 연구원 등 30여 명이 최근 본사 사공일 고문(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마주 앉았다. 점심을 겸한 자유로운 분위기의 간담회에서 한국과 미국경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한국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사공 고문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워싱턴 일대의 다른 연구소의 연구원들도 참석했다.


▶사공일 고문=중국 주도의 AIIB 설립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나. 1998년 외환위기 때 사카키바라 에이스케(?原英資) 당시 일본 재무성 차관이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을 제안했다. 그런데 래리 서머스 당시 미국 재무차관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때 나는 AMF가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원칙과 스탠더드를 따른다면 오히려 장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이 추진하는 AIIB에 한국이 가입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들었다. 이건 잘못된 것 같다. 미국이 좋아하건 안 하건 이 기구는 생길 것이다. 오히려 미국은 한국 등 비슷한 생각을 하는 나라들이 AIIB에 들어가서 지배구조와 운영이 더 투명하게 되도록 권장 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도 AIIB에 들어가야 한다.


▶에드윈 트루먼=AIIB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 입장의 골자는 AIIB가 과연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안에 들어가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미국 정부의 입장은 앞뒤가 안 맞는다. 그런 입장은 그저 중국에 대한 반감 때문에 생긴 것 같다. 물론 AIIB의 스탠더드가 우려 요인인 건 맞다. AMF 제안이 나왔을 때도 그랬다.


▶사공=나는 중국인들에게도 얘기했다. 기존 국제기구를 보완할 목적으로 AIIB를 만들어야지 경쟁적 기구로 만들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AIIB는 배타적 지역기구가 될 수밖에 없다.


▶제프리 쇼트=올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에 생산적인 한 해가 될 것이다. TPP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TPP 참가국들은 이제 이 딜을 마무리 지을 때가 됐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상호 양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 상당한 개방이 이뤄질 것이다. 통상의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덜하더라도 일본의 농업 분야에선 상당한 개혁이 이뤄질 것이다. TPP 타결은 올해 중반쯤 될 것으로 보인다.


▶마커스 놀런드=미국과 일본이 TPP를 타결지으면 한국과 일본이 FTA 협상을 진전시킬 가능성이 커지나.


▶사공=나는 미국이 TPP 아이디어를 갖고 나왔을 때부터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중국의 공식 입장은 굉장히 흥미롭다. 처음엔 TPP를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고 반대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매우 실용적인 사람들이다. 분위기가 조성되면 자신들도 참여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현재 한국은 공식적으로는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개별국가와 협상을 위해서 접촉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


▶쇼트=한국의 우선 순위는 한?중 FTA에 있다. 한국은 한?중 FTA를 서둘러 체결하느라고 상당 사안들을 미합의 또는 보류로 남겨뒀다. 한?중 FTA에서 한국이 얻는 것은 ‘경제’보다 ‘정치’다. 한?중?일 FTA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협상도 한?중 FTA처럼 많은 것을 내려놓은 채 협상 중이지만 별 진전도 없고 아직 타결이 되지 않았다. 이걸로 보면 한국은 정치적인 목적을 우위에 두고 아시아 지역에서 FTA 협정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국이 TPP에 참여한다면 서명 전 가입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서명 후 비준 전에 가입을 추진하는 게 좋을 것이다.


▶데이비드 스톡튼=일각에선 한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판한다. 환율조작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사공=내가 현재 정부에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는 잘 모른다. 하지만 한국은 어느 나라나 통상적으로 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은 한다고 본다. 이것은 환율의 추세나 수준을 바꾸는 게 아니다. 지나친 변동폭을 줄이려는 지극히 정상적인 작업이다. 한국은 그 이상의 환율 조작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고 환율 조작이라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윌리엄 클라인=한국은 파생상품 일부를 규제하는 등 환율에 개입하고 있지 않나.


▶사공=아마 거시경제 건전성을 위해 3가지 장치를 활용하는 걸 말하는 것 같은데 이것은 오히려 다른 나라에도 권할만한 것이다. (거시 건전성 3종 세트란 선물환 포지션한도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비과세 폐지를 말한다.) 매우 투명하고 선제적인 조치다. G20에서도 이것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나는 직접적인 환율조작 자체에는 반대한다. 미국 의회가 환율조작 금지 조항을 TPP에 넣으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환율 문제를 양자 차원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면 경제가 아닌 정치 논란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 환율 조작 문제는 IMF의 협조를 얻어 WTO 차원에서 다루는 게 바람직스럽다고 본다.


▶쇼트=환율조작 금지 조항이 TPP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첫째, 환율 관련 사안은 TPP 협상 과정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둘째, 환율 논란은 순전히 미국 국내 정치적 차원의 일이다. (지역구가 무역자유화로 타격을 받는) 일부 의원들이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언급하는 것이다. 셋째, 잭 루 미 재무장관이 의회에 출석해 증언하면서 이 논란에 들어오게 됐다. 의회 상임위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사공=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QE)도 결과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QE도 환율조작으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다는 사실을 미 의회는 알아야 한다.


▶스톡튼=QE가 결과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주지만 그건 순전히 국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통화정책의 부산물이다.


▶사공=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QE를 하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 미국과 일본에 대해 ‘QE가 환율조작과 뭐가 다르냐’고 한다면 설명이 길어진다. QE의 환율에 대한 영향은 크고, 암묵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G20 등을 통해 QE의 부수효과에 대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리 허프바우어=세계적으로 왜 저금리가 지속되는지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 기업과 은행들이 다 위축돼 있다.


▶사공=미국을 위시한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자국 경기 진작을 위해 저금리정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고용과 소득이 늘어나지 않아 수요부족으로 은행과 기업이 위축돼 있다. 한국은 국내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조금 넘는 정도다. 미국은 70%다. 한국의 국내 소비는 계속 부진했다.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가계빚이 많은 게 큰 이유다. 한국은 미국이나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 한국 기업의 GDP 대비 사내보유금은 OECD 평균보다 높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보다 외국에 투자를 더 많이 하고 있다. 과도한 규제, 정책 불확실성, 노동시장 경직성 등이 이유다. 한국 정부도 이런 점을 직시하고 각종 규제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15.03.23

<출처 : 중앙일보, 박성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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