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마당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열심히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바른사회”입니다.
[서울대 총장 인터뷰]
조국 자녀 특혜 논란 조치로 공식적 인턴 신청 채널 만들 것
내년부터 소득 1, 2분위까지는 생활비까지 장학금 지원 추진 서울대 총장이 지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지난 26일 서울대 총장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
오세정(66) 서울대총장은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서울대 졸업생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다. 서울대 출신들이 자기 밖에 모른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건, 지난해 그가 국회의원을 중도에 사퇴하고 서울대 총장에 지원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오 총장은 지난 26일 서울대총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서울대가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는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이 되야 한다는 의미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터져 나온 자녀들의 품앗이 인턴십 의혹, 부절한 장학금 수령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받은 특혜에 대해 고민이 부족했다”며 “인턴, 장학금 제도를 정비해 기회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입시 공정성 문제와 더불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정시확대론에 대해서는 “정시는 사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_취임 첫 해인데, 최근 조국 장관 논란을 비롯해 1년 내내 학교가 시끄러웠다.
“서울대 구성원이 된다는 것, 교수가 된다거나 학생이 된다거나 사회적으로 특혜를 받는 집단이 되는 건데 그에 상응하는 책임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했다. 서울대가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을 국회에서 절실하게 느꼈다. 의원들에게 서울대 얘기를 하면 ‘서울대가 뭐 잘한 게 있어서 도와주냐’는 반응이 많았다. 국가가 서울대 지원하는 이유가 공공성, 좋은 인재 키워서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되라는 건데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했나 하는 반성이 있었다. 총장 나오면서 그래서 대학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_조국 장관 자녀들의 서울대 공익법인권센터 인턴 경험은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에 ‘아는 사람’이 없어 인턴에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하지 못했다. 대개의 경우 친구가 (인턴) 부탁을 하니까 해주고, 시간이 되니까 해주고 그런 거다. ‘공정성에 어긋나니까 안 돼’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다. 기회를 막기보다는 그 기회를 모두에게 열어주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이 인턴을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하지 않고, 고등학교나 교육청 같은 기관을 통해서 인턴을 신청할 수 있는 공식적인 채널을 만들려고 한다. 또 앞으로 직인이 찍히는 증명서가 나갈 때는 확인한 사람 이름을 반드시 기록하게 하는 등 기관별로 발급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_조국 장관 딸이 받은 장학금도 논란이 됐다.
“교내 장학금은 성적 우수 장학금을 없애고, 형편상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가계 곤란 장학금을 확대하려고 한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공부할 시간이 없어 성적이 부진한 악순환을 경험한다. 그래서 내년부터 소득 1, 2분위까지는 생활비까지 충분히 장학금으로 주려고 한다. 문제는 서울대 장학금의 3분의 2에 달하는 교외 장학금이다. 조 장관 딸이 받은 장학금도 교외 장학금에 해당되는데, 출연하신 분들 의사가 있으니 선발 방식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교외 장학금도 선발 기준을 확실하게 하고 가능하면 학교에서 대상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창업 아이템은 있는데 자금이 없다면?
_서울대 기회균형전형 입학생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도 있다.
“세계화한다고 해서 ‘SNU in the World’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방학 3주 동안 그 학생들이 베이징, 도쿄, 뉴욕 이런 곳에 가서 현지 학교의 기숙사를 제공 받아 머물면서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교수도 따라가서 학점을 주는, 계절학기 같은 거다. 그런데 생활이 어려운 학생에게 한 교수가 같이 가자고 했더니 아르바이트 한 달 빠지면 다음에 다시 구하기 어려워 못 간다고 했다더라.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은 비용을 대준다고 해도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거다. 이런 문제는 장학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좀 늦은 감이 있다.”
_서울대는 수시를 전원 학종으로 뽑는다.
“정시는 최종(final) 성적만 보는 제도다. 학생들은 출발점도 다르고, 앞서가는 애들과 중간에 여러 지원 받은 애들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학종은 시작부터 어떤 단계를 거쳐 왔는지, 그 과정을 함께 본다. 그러면 창의적이고 다양한 학생을 더 많이 뽑을 수 있다. 결과로 봐도 수도권과 강남3구 학생 비율은 학종보다 정시가 훨씬 높다. 패자부활전처럼 정시가 있기는 해야겠지만, 정시만 보면 사교육 때문에 고등학교 교실이 망가진다.”
_학종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도 있다.
“선발 과정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켜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선 교육청의 추천을 받은 외부 장학사가 서류 심사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학종 면접 때 학생이 학교생활기록부에 어떤 책을 읽었다고 썼는데 이 책을 안 읽었을 수도 있고,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활동을 했다고 적을 수 있지 않나. 하지만 면접을 보는 교수들은 이런 걸 잘 모른다. 그 부분을 학생부를 직접 작성하는 현직 교사가 와서 자문하고 지적해주면 훨씬 더 공정하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 2020학년도 입시부터는 공정관리위원회를 운영해 외부 위원이 우리가 학종 심사를 어떻게 하는지 볼 수 있도록 했다.”
_조국 장관 논란을 보면서 사회 지도층으로서 자성하는 부분이 있다면.
“서울대 구성원들이 기회와 혜택이 많았던 것이 사실인데 무심코 했던 여러 행동이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갔던 것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법은 아니지만 불공정했다. 위치나 계급과 관계 없이 일단 기회는 가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회가 기회의 공정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한편으론 학교가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임하고 졸업식 축사 연사로 방시혁을 부른 것도, ‘여러 길이 있다’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서울대 들어와 고시를 패스해 공무원, 검사를 하는, 기득권을 올라가는 선택지 말고도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_졸업식 축사에 신경 쓰는 것 같다.
“내년 2월 졸업식에는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가 오기로 했다. 졸업식 축사 요청하는 일로 얼마 전 만나 저녁을 먹었는데 본인이 (노동자의 지지를 받는) 사회민주당이지만 하르츠 개혁(노동 개혁)을 했던 것, 독일에서 징병제 없어진 게 보수당의 제안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정치인이 재선이나 표만 생각하면 안 되고 국가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더라. 정치인이 자기 지지하는 사람만 생각할 게 아니라 손해 볼 행동도 해야 한다는 거다. 학생들에게도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차원이다.”
_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네트워크라는 게 국공립대 통합이라는 의미라면 부정적이다. 어느 국가나 최고 인재를 기르는 교육기관이 있고, 통합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서울대가 그 동안 쌓아 온 브랜드 가치를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의 네트워크라면 가능해 보인다. 예를 들어 서울대병원이 외국에서 평가가 좋다. 7개 토호국으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5년 동안 병원 운영을 했는데 너무 좋다고 다른 토호국에서도 해달라고 한다. 쿠웨이트, 모스크바에서도 하자고 하지만 서울대병원 인력 가지고는 힘이 부친다. 정부가 지방 국공립대 의대에 티오(TO)를 주고 이 인력들이 서울대병원 간판 내걸고 나가는 방식의 네트워크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_도서관, 청소노동자, 생활협동조합 등 학내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가 문제되고 있다.
“청소노동자는 우리가 지난해 2월 직고용을 했다. 그 전에는 외주를 주고 있어 그분들의 근로 조건을 신경 쓰지 못했다. 직고용 하고 보니까 휴게실이 열악한 걸 알게 됐고 개선 작업을 하고 있는 도중에 안타까운 사건(지난 8월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가 사망)이 벌어졌다. 이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고 늦어도 10월 초까지는 마무리 될 것 같다. 생협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동안은 싼 가격으로 학생들 밥을 먹이자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보니까 그분들 근로 조건보다는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 충분히 이해하고 좀더 신경 쓰겠다.”
_일본 경제보복 대응 위해 기술자문전담팀을 구성했는데.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과 국립대 총장들 만났을 때 소재 부품 장비 문제에 대해 대학과 기업이 공동 대응했으면 좋겠다는 당부가 있었다. 지금은 기업에서 문제가 있다고 도와 달라고 문의가 오면, 전문가와 연결해 주는 정도다. 또 하나 고민하고 있는 게 서울대가 가진 특허가 많다. 이 특허를 소재 부품 쪽 중소(중견) 기업이 필요한 경우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_임기 내 이것만은 꼭 하겠다는 게 있다면.
“먼저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인공지능(AI)이다. (서울대는 지난 5월 AI 교육ㆍ연구ㆍ산학협력을 총괄하는 총장 직속 자문기구인 AI위원회를 발족했다.) AI는 한다고 꼭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안 하면 망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마지막으로는 국가적 이슈를 제기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를 마련할 생각이다. 인구문제라고 하면 교육문제, 사회문제가 다 연관돼 있는데 서울대 여러 학문 분야가 함께 있으니 같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한 달 전 SNU국가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가 미래에 도움되는 정책 방향을 이 포럼에서 제시하려고 한다.”
[출처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