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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미술 여행지로 독일 최북단에 있는 슐레스비히홀슈타인(Schleswig-Holstein) 지역을 골랐습니다. 북부 지역은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좀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동안 멀리해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유럽 미술관을 방문했지만 대부분 중부나 남부 위주다 보니 늘 마음 한쪽이 허전하던 차였습니다. “독일 추상표현주의(Abstrakt Expressionismus)를 대표하는 에밀 놀데(Emil Nolde)가 있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마침 전 세계 미술 애호가의 사랑을 받아온 화가 에밀 놀데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때였습니다. 그가 히틀러 치하에서 ‘나치 당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입니다.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실의 벽면을 장식하던 그의 작품이 퇴출당했다는 보도가 전파를 타기도 했습니다. 독일 추상표현주의, 특히 에밀 놀데의 작품 세계에 푹 빠져 있던 필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여행을 취소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그만큼 실망이 컸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약간 주저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에밀 놀데’ 하면 캔버스에 담긴 투박한 붓질, 그러면서도 강한 색깔에서 풍기는 특이한 생동감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격동하며 급변하는 생동감을 몰려다니는 ‘구름 무리’와 접목, 작품으로 남긴 작가의 활동 무대를 직접 보며 그 풍광을 마음에 담고 싶었습니다.
독일 최북단의 제뷜(Seebuell) 소재 ‘에밀 놀데 미술관’을 둘러싼 풍광은 그의 작품과 많은 것이 겹쳐 감상하는 기쁨을 더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북극권에 가까운 지역이라 날씨가 급변할 수 있겠다는 점과 함께 강하게 몰아치는 비바람이 그 지역의 특성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미술관을 나와 가까운 해변에 자리한 마을을 산책하는데,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해안가 낮은 언덕은 물론 바다 안쪽까지 무수히 많은 풍력발전기(Windkraftanlage)가 대열을 맞추듯 ‘정립(正立)’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에밀 놀데의 ‘바다’ 그림처럼 격한 풍랑이 많은 지역의 자연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풍경이었습니다. 더욱이 그 큰 규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연 파괴라는 생각보다 새로운 조형 미술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Emil Nolde, Meer(바다, 1935, Aquarell) |
그런데 얼마 전 필자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2019.5.4.) 의 표지를 장식한 살벌한 공포 분위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 우아하고 단아하기까지 하던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비참하게 꺾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독일의 졸작(Murks in Germany)”이라는 제목이 던지는 메시지도 너무 생소했습니다.
내용인즉 이랬습니다. “내일을 향한 환상적인 세상이 8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에서 쓰나미가 원자력발전소를 파괴하자, 독일연방공화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 내각은 원자력(Atomkraft)에서 하차하기로 하였다. 이는 역사적인 사건이며, 역사적인 걸음이었다.”
그러나 원자력 대체에너지로 선택한 풍력발전기가 엄청난 재정을 퍼부었음에도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랑스러운 대명사 ‘독일제품(Made in Germany)’이 ‘독일의 졸작(Murks in Germany)’으로 전락했다는 자탄(自嘆)의 목소리였습니다.
독일 친구에게 “웬일이냐?”고 물어보니, 그건 ‘가짜 뉴스’가 아니라며 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통계 자료를 하나 보내왔습니다. 그 자료(2019.8.2.)에 의하면 독일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즉 지난 18년간 풍력발전기를 무려 2만 9,213기나 설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독일 해안가에서 그리도 큰 ‘인공 숲’을 목격할 수 있었나 봅니다.
문득 국내에는 풍력발전기가 몇 기나 있는지 궁금해 자료를 찾아보니 83군데에 총 551기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고 합니다(출처 <에너지신문>). 아마도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홍보용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등산을 즐기는 필자는 근래 강원도 곳곳에서 산림을 벌목해 훼손한 현장을 심심찮게 보았습니다. 마치 반려동물의 털이 듬성듬성 탈모 된 것 같았습니다. 그건 바로 ‘태양광 패널’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지였습니다. 정말 볼썽사나웠습니다.
에밀 놀데의 그림이 보여주듯 변덕스럽기까지 한 강풍이 몰아치는 북극권 지역에 비하면, 우리나라에 불어오는 바람은 온순하기 그지없다 하겠습니다. 사람이 살기에는 좋지만 풍력 발전에는 결코 좋은 자연환경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독일의 친 자연환경 풍력 발전의 예를 보며, 우리나라 역시 ‘탈원전’ 같은 ‘에너지 전환 정책’은 실로 오랜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출처 : 자유칼럼그룹]
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