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김영란법’은 현행대로 시행되어야 합니다.
지난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을 발표한 이후 김영란법 흔들기가 지속되고 있어 적지않은 실망과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공직사회와 일부 민간영역을 대상으로 도입한 투명성 강화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은 부정부패의 척결을 통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수준과 공적 신뢰를 한 단계 높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같은 평가에 힘입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적극 법제정에 나섰고 국회에서도 무난하게 통과돼 오는 9월 28일 법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발표를 전후해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내수경제 위축론을 앞세워 김영란법 시행에 제동을 거는 것은 청렴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 법의 정신을 후퇴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26일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초청간담회에서 “부정청탁 금지법에 대해서는 실제 이대로 되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 까하는 우려를 많이 했다”며 법제정 당시보다 후퇴한 입장을 보였다.
이 발언이 불씨가 된 듯 국민권익위원회는 기존 공무원 행동강령의 식사 3만원, 경조사 5만원에서 일부 후퇴해 ‘김영란법’ 시행령에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이라는 상한선을 제시했다. 물론 시행령에 상한액을 올린 것은 과수농가와 축산업계, 어민들이 생존권을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후퇴된 내용에 대해서까지 새누리당과 야당의 일부 농어촌 출신 의원들, 그리고 일부 언론들이 경제적 타격 운운하며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멀리가지 않더라도 싱가폴과 홍콩은 무관용의 원칙하에 액수에 관계없이 일체의 금품이나 경제적 이익이 오가는 경우 엄격하게 처벌하고, 그 대상도 공적영역뿐 아니라 모든 민간분야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이 조그만 두 나라는 국제적으로 청렴하고 투명한 국가라는 인식이 높아져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투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등 꾸준한 경제성장을 하고있는 대표적인 모범국가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관행이라는 명분하에 자리잡고 있는 잘못된 인습을 끊어야 보다 예측이 가능하고 투명하고 신뢰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결국 국제적 경쟁력도 제고돼 투자활성화를 비롯해 경제에 더 큰 이익을 줄 것으로 믿는다.
미풍양속이라는 이름하에 오고가는 뇌물성 선물이나, 업무를 원활하게 해준다는 이유로 제공하는 고액의 식사가 아니더라도 업무나 민원이 공정하고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더 많은 국민이 편안해지고 사회도 깨끗해질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최근 벌어진 최 모 변호사 사건에서 보듯이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법조계조차 검사장과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법조 브로커들이 얽힌 전관예우 비리는 우리의 부패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사건 조사과정에서 드러나는 부도덕한 기업과 학계, 법조계간의 유착과 비리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온 국민은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충격적 부패의 사슬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음에도 김영란법 개정 운운하는 것은 부정부패 척결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비록 법시행 초기에 요식업이나 농어촌의 관련업계가 다소간 영향이 있을지라도 정부가 다른 정책을 통해서 보완을 고민하면 될 것이며 만약 그 수준이 심각하다면 시행후에 재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김영란법이 정착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관련 가격등이 정상화되면서 경제 전체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우리는 나아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모든 사적 영역까지 처벌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부정부패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정치권은 법 제정과정에서 제기된 똑같은 논란으로 소모전을 벌일 것이 아니라 김영란법의 전면적 시행을 통해 보다 큰 국가적 이익을 도모하고 반부패 의지를 다지는 데 힘을 합치길 촉구한다.
2016. 5. 13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신 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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