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적 국정운영과 공수처
필자 : 이석구 바른사회운동연합 자문위원> 전 언론인>아마추어적 국정운영과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정치사찰 의혹과 수사능력 부족으로 궁지에 몰렸다. 공수처의 수사영역 밖 인물들까지 통신 자료를 조회한 의혹 때문이다. 공수처는 지난 5월부터 12월 30일까지 무려 2백50여명에 대해 3백53여건의 통신내역을 조회했다. 수사 및 취재 업무와 무관한 기자, 그 가족들의 통신 자료까지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밍의힘 의원 86명을 비롯,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부,기자 1백40명이 이에 포함됐다. 야당은 이를 사찰로 규정, 관계자 문책 등 공세를 펴고 있다. 논란이 번지자 공수처는 지난 24일 ‘기자 등 일반인과 정치인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법령과 법원의 영장 등에 근거하여 적법하게 진행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수처는 ‘수사 중인 사안’이란 이유로 무차별 통신조회를 한 이유와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양쪽 주장이 다 일리가 있다.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가 불법이라고 만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수사기관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수사방식이다. 다만 공수처의 수사권한 밖 인물에 대한 조회까지 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또 문제는 현 시점이 대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야당이 펄펄 뛰고 나설 만하다. 울고 싶던 차 뺨 때린다고 공수처가 빌미를 줬다. 공수처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21일 공식 출범했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무소불위의 집단으로 지탄받던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입법, 사법, 행정부로부터 업무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 기관이다. 수사권과 기소권도 갖고 있다.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관, 대통령 비서실 3급 이상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의 불법행위를 단죄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공수처 출범으로 검찰은 손을 댈 수 없게 된 영역이다. 따라서 공수처의 공정성과 중립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공수처는 존립의의가 없다. 정권하명 수사, 기소독점 등으로 비판을 받은 검찰 개혁의 의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지 못하게 하려고 공수처를 만들었다는 야당의 비판에도 힘을 실어주게 된다. 그런데 공수처 출범 1년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실적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공정성 시비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패 인지 수사는 한 건도 없다. 12건의 공수처 입건 수사 중 4건이 윤석열 관련 사건이다. 게다가 민간인에 대한 전 방위적인 통신자료 조회로 불법사찰 의혹까지 받고 있다 야당으로부터 공정성 비판을 받는 빌미를 준 셈이다. 이성윤 고검장에 대한 황제수사 논란 등 체면도 말이 아니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핵심 수사 대상인 손준성 검사에 대한 2차에 걸친 영장신청도 모두 기각됐다. 이는 공수처가 수사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공수처 위상은 예견된 일이다. 문재인 정권은 임기 내내 이념에 사로 잡혀 아마추어적으로 정국을 운영했다. ‘북한 바라기’, ‘소득주도성장’,‘부동산 가격 폭등’,‘일자리 대책’,‘외교’ 등등. 이런 국정운영이 공수처 출범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여당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공수처장에 임명, 중립성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공수처가 중립성을 갖고 검찰 등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단죄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면 그에 맞게 조직을 꾸려야 했다.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야당과 합의된 인사를 공수처장에 임명, 편파성 수사 시비에서 벗어나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에 민정당 출신인 김중권씨를 임명, 보수 기득권층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 좋은 예다. 또 문대통령이 검사를 불신, 처장과 차장을 모두 수사경험이 없는 판사로 채운 점도 문제다. 공수처가 수사에 베테랑인 검사들을 수사하려면 그 이상의 수사능력을 갖춰야 한다. 문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부패 인지사건 0건, 고발사주 수사 지지부진,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절차 위반, 무차별적인 민간인 통신 조회 등으로 나타났다. 공수처는 대통령 직속의 정치 사찰 기구로 변질됐다는 비아냥까지 받는다. 임기 내내 이념과 정권재창출을 국정운영 지표로 삼아 국정을 운영해온 결과다. 검찰의 수사기능 대폭 축소, 공수처의 수사능력 부족과 중립성 훼손, 경찰의 비대화에서 비롯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부정부패 고위 공무원들만 조사받을 걱정 없이 발 뻗고 자게 됐다.
바른사회운동연합 | 2021-12-30 | 조회 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