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한국교육, 평준화·획일화로 역주행 중"
바른사회운동연합 교육개혁 토론
"대한민국 교육은 양과 질 모두에서 실패하고 있습니다. 교육감과 장관이 학생 역량을 키우는 데는 관심이 없고 모두를 똑같이 만드는 평준화만 하자고 합니다. 이런 정책이 지속되면 10~20년 후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이 되겠습니까."(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사회 각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교육·경제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바른사회운동연합 교육개혁추진위(이하 교개추위)'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미래 교육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바른사회운동연합 교개추위는 2016년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등 전·현직 교육·경제계 인사들이 발족시킨 단체다.
◇무엇이 문제인가이날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전 세계 교육계의 화두인데, 현 정부 정책에선 이런 고민을 전혀 읽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자사고·외고를 폐지하고, 대입 개편안을 공론 조사에 맡기고, 재정 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통제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인 방식이냐는 것이다.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른사회운동연합 교육개혁추진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이태경 기자
이주호 전 장관은 "미래 사회는 평준화·다양화가 아닌 개별화 시대인데 우리 정부는 자사고를 없애느냐 마느냐 하는 소모적 논쟁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대입 제도도 공론 조사가 아니라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모델을 내놓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했는데, 이 정부는 책임지지도 않을 인기 영합적 제도를 추진했다"고 비판했다.교육의 근본 철학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증현 전 장관은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런 철학과 이념이 없는 것"이라며 "도대체 학교에서 무얼 가르쳐야 하는지, 어떤 인간을 만들어야 하는지 방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일본은 가정부터 학교까지 일관되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 미국은 '거짓말하지 않는 것과 법질서를 지키는 것', 영국은 '명예를 잃지 않는 것' 같은 교육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는데, 우리나라 교육 제도에는 그런 이념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정권 입맛에 따라 정책이 뒤바뀌는 혼란이 왔다는 것이다.◇어떻게 해야 하나
참석자들은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단추로 교사 재교육과 학교 자율성을 제안했다. 앞으로 교사는 '강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학습 기회를 주는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AI를 비롯해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같은 디지털 기술이 교실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는데, 이때 교사가 아이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읽지 못하고 일방적인 주입식 수업을 하면 정부가 아무리 입시 제도를 바꿔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전 장관은 "교사를 변화시키지 않고 대입 제도 몇 가지만 고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우리 공교육이 신뢰받지 못하는 건 대한민국 교육을 똑같이 만들겠다는 '평준화 참사' 때문이므로 중·고교와 대학에 자율을 줘야 한다"며 "그래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인 학습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우리 교육의 경쟁력이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도 추월당할 수 있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으로 학생의 성취감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7/2018072700218.html
바른사회운동연합 | 2018-07-27 | 조회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