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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교개추위 공동위원장 중앙일보 기사 - [이주호의 퍼스펙티브]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 푸는 교육, 10년 내 사라진다
  • 글쓴이관리자
  • 등록일2019-08-13
  • 조회수980
AI로 수준 맞춰 문제 풀게 하자
중학생 수학 성적 37% 올라
AI·머신러닝이 산업혁명 이후
이어진 교실 모습 바꾸고 있어

학습혁명 선도 국가가 되려면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결합해야
암기·이해는 AI에게 맡기고
교사는 창의성·인성 함양 나서야
학습혁명
올해 글로벌 교육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논문은 경제학 최고 학술지인 미국경제논집(American Economic Review)에 실린 카르틱무라리다란(KarthikMuralidharan)교수의 논문이다. 그는 인도 델리에서 600여명의 중학생에게 ‘컴퓨터 지원 학습’(Computer-AssistedLearning) 소프트웨어인 마인드스파크(Mindspark)를 방과 후 매일 90분씩 넉 달 반 동안 시행한 결과 수학과 힌디어에서 각각 37%와 23%(표준편차 기준)의 성적 향상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통상 25~33%의 차이는 한 학년 동안의 교육 결과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 보여준 컴퓨터 지원 학습의 효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마인드스파크는 많은 문제와 학생의 오답 유형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수준과 학습 속도에 맞추어 각각 다른 문제를 풀면서 학습하도록 개별화된 맞춤학습(adaptive learning)을 제공한다. 때문에 교사가 교실에서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문제를 풀게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사실 컴퓨터를 이용해 학생의 학습에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만, 단순히 모든 학생에게 태블릿 PC를 제공하거나 모든 교실에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머신러닝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맞춤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AI·머신러닝, 교실 완전히 바꾼다 

[그래픽=신재민기자 nugu@joongang.co.kr]
미국의 교육 기업인 카네기 러닝(Carnegie Learning)은 ‘인지적 개인 교사’(Cognitive Tuto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이 40%의 시간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학습을 하도록 한다. 60%의 교실 수업도 이와 연계해 맞춤학습이 가능하도록 교과서는 물론 교사에게 학습계획서, 교수법 가이드라인, 교사 연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듀테크 스타트업들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까지 45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디지털 학습플랫폼을 구축한 스타트업, 미국의 200개가 넘는 중고등학교에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한 수학의 개별화 학습 콘텐트를 판매하는 스타트업도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면서 경제와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4차 산업혁명은 머지않아서 교육의 변화를 정조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18세기 중반 제1차 산업혁명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던 교실의 모습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세계적으로 교육의 향후 10년의 변화는 과거 100년의 변화보다 클 것이며, 향후 50년의 학습 변화는 과거 5000년의 변화보다 더 많을 것이다. 

과연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까? 우리가 교육 강국에서 학습혁명 선도 국가로 변혁하기 위해선 다음 세 가지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여야 한다. 

암기·이해는 AI와, 교사는 적용·창조 도와야 

첫째, 하이터치와 하이테크를 결합하여야 한다. 『메가트렌드』의 저자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일찍이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을 건강하고, 창의적이며, 열정적으로 유지시킬 하이터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간파했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교육의 변화는 하이터치 하이테크로 가야 한다. 엄청난 교육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견되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지원하는 하이테크 학습도 교사에 의한 하이터치 학습과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교육심리학자 벤저민 블룸 (Benjamin Bloom)의 학습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학습은 단순히 암기하고 이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한 것을 적용하고, 분석하며, 평가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역량까지 키워야 한다. 앞으로 암기하고 이해하는 학습은 이제 효과적으로 학생 개개인에 맞추어 지원하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하이테크에 맡기고, 교사는 적용·분석·평가·창조의 역량을 키우는 보다 높은 차원의 학습에 집중하면서 더 나아가 학생의 사회적 정서적 역량을 키워주는 하이터치로 가야 한다. 

역대 정부마다 창의성과 인성을 키우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은 꽉 짜인 교육과정에 따라 진도를 나가야 하는 현실에서 추가로 부담이 늘어나는 데는 불만을 제기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교실에 인공지능이 들어오면 교사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두려움이 하이테크 학습을 포용하지 못하게 작용했다. 

따라서 더이상은 교사에게 이미 짜놓은 교육과정을 강의를 통해 단순히 전달하도록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교과목의 암기와 이해와 관련된 교육은 인공지능에 과감히 맡기고, 교사는 학생의 창의성과 인성을 함양하는 하이터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미래에는 교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인공지능이 각각 하이터치와 하이테크로 역할을 분담하여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최적화된 맞춤학습을 디자인하고 실행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이것은 교사 역할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직의 과감한 변화를 위해 교대와 사대를 포함한 우리 교육계가 치열하게 토론하고 실험하면서 비전을 제시해나가야 한다. 

둘째, 교육을 이념과 정쟁으로부터 분리하여야 한다. 많은 나라가 교육과 같이 장기적인 투자와 전략이 요구되는 분야는 소홀히 하거나 뒤로 미루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역대 정부마다 교육에 대한 투자와 교육의 변화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왔다. 이렇게 교육을 중시하여 온 우리 교육의 좋은 전통과 강점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교육은 이념·정쟁으로부터 분리해야 

어느 개도국보다 건국 초기에 빠르게 초등교육을 보편화시킨 이승만 정부와 실업계 고등학교에 고등교육 총예산에 버금가는 투자를 아낌없이 했던 박정희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최근 글로벌 교육재정위원회의 보고서는 ‘진보적 보편교육’(progressiveuniversalism)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해방 후 한 세대 만에 모든 학생이 적어도 9년간의 기초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나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실업계 고교에 대폭 투자한 것이야말로 교육의 형평성을 제고한 가장 우수한 사례로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올해 교육계는 입시 문제로 큰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필자가 희망을 본 것은 대학입시에서 수시와 정시 중 어느 비중을 더 높일지에 대한 첨예한 갈등이 좌우 혹은 보수와 진보 간의 진영 간 다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요한 정책 대안으로 등장했고 세계적으로도 미래의 학생평가제도로 주목받는 국제 바칼로레아(IB)도 소위 보수 교육감과 진보 교육감의 지역인 대구와 제주도에서 나란히 추진되고 있다. 

우리 교육에서 이렇게 이념 혹은 정치 진영 간의 첨예했던 전선이 흐려지는 것은 교육의 본질은 이념이나 정치 진영으로 구분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수시와 정시 간의 비중을 두고 일어나는 대결은 오히려 미래와 현실 간의 갈등이다. 미래의 방향만 보면 수시로 가야 하지만 당장 수시의 현실적 문제점을 보면 정시로 가야 한다는 갈등이다. 

이러한 갈등에 대하여 국민에게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거나 단순히 수시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접근으로는 결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교사가 학생 개개인에게 맞추어 개별화 맞춤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이터치 하이테크 학습혁명의 과감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발맞추어 학생 평가를 어떻게 미래 지향적으로 바꾸어나갈지 유연하고 실천적인 방안들을 지속해서 디자인하고 실행해야 한다. 

학습혁명 통해 외국인 유학생 두 배 유치 

마지막으로, 교육을 사회와 세계에 활짝 개방하여야 한다. 영국에서 대학과 과학을 관장하는 부서의 장관을 지낸 데이비드 윌렛(David Willett) 경은 올해 발간한 책에서 영국 대학의 미래는 글로벌화와 에듀테크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영국 대학이 유학생을 50만 규모에서 미국 수준인 100만 명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주의 경우 전체 인구는 우리의 절반이지만 유학생은 26만 명으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글로벌하게 폭발하는 고등교육 수요와 한류의 인기를 고려한다면 현재 12만 명 수준의 유학생을 하이터치 하이테크 학습혁명을 통해 두 배로 유치하는 전략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위기를 맞는 우리 대학에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세계는 한국을 하이터치 하이테크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만큼 하이테크 국가이고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가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하이터치 국가이다. 이제 우리 교육도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를 결합해야 한다. 가장 빠른 방법은 우리 교실을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개방하는 것이다. 

아직도 와이파이에 연결되지 못한 교실이 태반인 문제부터 해결하여야 하지 않을까? 5G를 활용한 인공지능 맞춤학습의 혁신학교·자율학교는 안될까? 우리의 에듀테크 스타트업들과 교사들이 협력해 세계에 수출하는 학습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도록 하는 방안은 없을까? 한류와 접목한 세계 시민 교육은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 오는 유학생을 두 배로 늘릴 수는 없을까? 새해는 이러한 하이터치 하이테크 학습혁명의 방안들을 본격적으로 디자인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주호 (바른사회운동연합 교육개혁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 커미셔너·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리셋 코리아 교육분과장  

출처 :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249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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