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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는 ‘나눔’… 尹, 직진 스타일 장점 살려 野와 교류·소통·설득해야

허 민 *(現)문화일보 대기자/ 전임기자

협치는 ‘나눔’… 尹, 직진 스타일 장점 살려 野와 교류·소통·설득해야


(2022.05.26.문화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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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협치’의 성공조건

 

절대의석 가진 야당-尹대통령 성향 부딪치면 협치 위기… 주고받기·나눔 통한 호혜적 협력정치 절실
대통령은 협치 부재의 결과에 더 많이 책임지는 자리…적극적이고 스스럼없이 꾸준히 만나야 野도 변화

 

 ‘협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단골 메시지 중 하나다. 국회 첫 시정연설 때 그는 협치를 연상시키는 ‘협력’을 5번, ‘초당적 협력’을 3번이나 언급했다.

 

 협치는 여와 야의 주고받기를 통해 작동한다. 협치가 어려운 건 국정 운영 주체들이 나누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반(反)협치의 전형이다.

 

 윤 대통령의 오랜 검찰 생활에서 배태된 비타협적인 성향도 때로 협치에 장애 요인이 된다.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직진(直進)’ 스타일의 장점을 활용해 야당을 설득해내고 협치의 길을 닦아야 한다.

 

 

◇ 협치는 나눔이다

 

 협치는 원래 행정학에서 공공기관과 민간의 ‘ 협력적 거버넌스 ’를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어느새 정치권의 용어처럼 돼 버렸다. 이는 거꾸로 협력적 거버넌스가 가장 절실한 곳이 정치 무대라는 말과 통한다.

 

 협치의 메커니즘은 ‘교환이론’으로 설명된다. ‘보상과 대가를 주고받는’ 게 협치의 작동원리다. 여기에 행정학에서 넘어온 ‘거버넌스 이론’, 아렌드 레이프하트가 “더 친절하고 더 부드러운 민주주의”라 불렀던 ‘ 합의제 민주주의 이론’, 윌리엄 라이커가 제시한 ‘승리연합 이론’ 등이 더해져 정치영역에서의 협치 논의를 살찌웠다.

 

 협치는 결국 여와 야가 ‘권력의 나눔’을 통해 협력적인 국정 운영을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권력엔 인사·정책·예산·법안 같은 하드 파워 성격의 ‘보상적 권력’도 있고, 권위·존중·애정·관용과 같은 소프트 파워 성격의 ‘규범적 권력’도 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법안이나 정책에 대한 야당과의 사전 상의, 인사 협의, 예산 배분 등을 활용해 권력을 공유할 수도 있고, 정치적 반대자들과의 전화·만남·식사 혹은 사과 표명 등을 통해 그들을 협치의 길로 인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협치는 어렵다. 정치는 도덕이 아니라 현실이다. 여야 간에 주기적으로 혹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정치 현실이 협치를 방해한다. 단임 대통령제에서 권력에 부여해온 승자독식 프리미엄은 대결 정치를 더욱 부추겨 타협과 협상 여지를 줄인다. 특히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 같은 중대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협치는 더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 이론과 현실

 

 의회와 대통령의 협력, 의회 내 다수당과 소수당의 협력은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좋은 방법이지만, 한국 정치는 종종 반대의 길을 걸었다.

 

 ‘1987년 체제’ 수립 이후 문재인 정권만큼 협치를 철저하게 외면한 권력도 없다. 제20대(2016년)와 21대(2020년) 총선을 통해 의회 다수파를 구성한 문 정권은 도덕성을 독점하고 반대자를 악마화하면서 독선적인 국정 운영으로 일관했다.

 

 민주당은 여당일 땐 물론이고 정권교체로 야당이 된 지금도 ‘다수의 폭정’이란 주술에 빠져 있다. 입법부의 최종 관문이랄 수 있는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몽땅 갖겠다면서 공공연히 의회 쿠데타를 자행 중이다. 국회를 패싱하고 필요할 때마다 열렬 지지층을 정치적으로 동원해 정적을 압박하는 것도 반협치 행태다.

 

 한 번 결심하면 실행에 옮기고 마는 윤 대통령의 직진 스타일도 때로 야당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킨다. “상식과 공정에 맞지 않는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주요 공직 후보자들을 엄호하는 듯 한 모습으로 야당과의 소모전을 자초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속도전으로 해결했지만, 결과적 긍정 평가와는 별개로, 물불 가리지 않는 밀어붙이기로 절차적 가치와 과정의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에게 체질화한 비타협적인 성향과 태도는 정치 투신 전까지 27년간 검찰에 몸담으면서 체득한 조직문화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대통령의 책임

 

 사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직진 스타일은 양면성을 갖는다. 한편으로는 여론의 반대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져 거대 야당을 자극해 국정 협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집권 초기 특유의 추진력으로 전임 정권 때 훼손된 가치를 바로 세우는 동력을 확보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윤 대통령이 흔들림 없는 원칙으로 국정을 해나가겠다는 비타협적 모습은 전광석화처럼 검·경·군 등 권력기관 수뇌부 교체 작업을 한 데서 확인됐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이핵치핵(以核治核)’의 안보 원칙을 확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진 규범과 질서를 복원하는 일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협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직진 스타일의 장점을 야당 설득 기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직진 스타일은 야당 인사나 정치적 반대자들과 스스럼없이 만나고, 솔직하게 소통하고, 거침없이 교류하며 설득하는 것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권력자이자 최고의 협상자인 대통령직은 협치 부재가 몰고 올 국정 불안정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후 ‘뻣뻣한’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그들보다 더 허리 숙여 인사하고, 5·18기념식에 총출동한 내각 및 여야 인사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건 협치 가능성을 내보인 것이다. 대통령의 낮아짐과 다가섬, 그리고 나누려는 자세는 정치적 반대자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 ‘직진 스타일’ 사용법

 

 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협치 모델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애틀리’ 전시 연합내각을 거론했다. 당시 연정은 보수당과 노동당을 대표했던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두 지도자가 철저한 협상과 타협, 민의 수렴과 권력 공유로 이뤄낸 것이었다.

 

 집권여당 또한 산적한 국정 과제를 풀어내려면 여소야대 현실을 직시하고 야당과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국정 운영 방식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하면서 협치에 대한 모범답안을 이미 제시했다. 박 의장이 대통령에게 중요 문제에 대한 국회와의 ‘선 협의 후 조치’ 원칙을 세워 달라고 주문하자, 윤 대통령은 “의회 지도자들과 사전에 상의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는 자신의 비타협적이고 직진하는 스타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협치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 세줄 요약

 

협치는 나눔이다 : 정치권에 회자되는 협치는 행정학의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임. 협치는 나눔이며, 그 작동원리는 ‘주고받기’. 하지만 권력투쟁과 승자독식의 정치 현실에서 협치는 어려움.

 

대통령의 책임 : 민주당은 ‘다수의 폭정’이란 주술에 빠짐. 尹의 비타협적 자세도 야당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킴. 최고 권력자이자 협상자인 대통령은 협치 부재의 결과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음.

 

협치의 성공조건 : 尹 스타일은 때로 협치의 장애가 되지만, 규범과 가치를 바로 세우는 동력이 되기도 함. 尹이 직진 스타일의 장점을 살려 야당과 스스럼없이 만나고 소통하고 교류하고 설득하면 협치의 길이 열림.

 

■ 용어 설명


‘협력적 거버넌스’란 공공기관이 정책을 수립·구현하기 위해 집단 의사결정과정에 비국가(non-state)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운영체제. 정치의 ‘협치’ 개념이 여기서 유래했을 가능성 있음.

 

‘합의제 민주주의’는 ‘다수제 민주주의’와 함께 비교정치학자 레이프하트가 책 ‘Patterns of Democracy’에서 제시한 민주주의의 두 유형. 주로 합의제는 유럽형, 다수제는 영미식의 유형임.

 

등록일 : 2022-05-27 10:19     조회: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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