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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자문위원 -조선경제 기사- "한국은 노쇠병약 경제… 코로나로 전세계가 멈춘 지금이 리셋 기회"
  • 글쓴이관리자
  • 등록일2020-03-27
  • 조회수1406

[이헌재 前경제부총리 인터뷰]

- 한국경제 상황은
경기 하강에 소주성 실패 겹쳐 코로나 사태로 치면 기저질환자
경제 재건할 워룸 만들고 그곳에 막강한 권한 줘라

- 코로나 쇼크 대책은
지혈·회생·리세팅, 3단계로 하라… 現상황은 회생 정책 필요한 시점
재난기본소득 뿌리기 보다 기업·상인 파산 막는데 집중할 때

강경희 논설위원
강경희 논설위원

한국 경제가 10년 주기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헤쳐 나왔는데 2020년 코로나발 불황이 덮쳤다. 코로나 확산으로 내수가 얼어붙고,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의 공급망이 붕괴되고,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시장이 마비된,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2년 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이대로 가면 중국한테 깨지면서 실업 대란의 '엄혹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아니라 중국발 코로나에 먼저 초토화됐다. 이 전 부총리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까. 위기 진단과 대응책을 들어봤다.

―과거 위기와 비교해 코로나 쇼크는 무엇이 다른가.

"IMF 외환 위기는 경제가 굉장히 잘나갈 때 우리 분수를 모르고 세계화를 향해 과속 질주하다 생긴 실족 사건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위기로서는 굉장히 컸지만 우리는 그다지 큰 위기감을 안 느끼고 지나갔다. 외환 위기 때 경험으로 기업들의 체질이 강해진 덕분이다. 반면 지금 한국은 무기력증에 빠진 '노쇠 병약 경제'다. 코로나 사태에 비유하자면 기저 질환자다. 노령화로 인한 경제 하강 국면에, 정책 실패까지 겹쳐 구조적 복합 위기에 빠져 있었다. 대외적으로 중국과의 사드 갈등, 미·중 무역 협공에 이어, 코로나 충격까지 가해진 '퍼펙트 스톰(초대형 위기)'이다. 코로나 치명률(medical death)에 비해 경제 사망률(economic death)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고 심각할 것이다."

現정책 유지땐 저성장 못 벗어나

―노쇠 병약 경제에 코로나가 덮쳤으니 회생 방도는 없는 건가.

"코로나 이전에 이미 우리 경제는 소득 주도 성장 같은 비현실적, 비시장적, 비경기순환적 정책으로 인해 부서졌다. 자영업자의 출혈이 너무 심했는데 이젠 회생 불능 수준이다. 저성장 기조가 정착돼 그 수렁에서 못 빠져나온다. 코로나가 한 방 더 때려준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울 기회를 준 것이고, 정부가 정신 차릴 기회를 준 것이다.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정말로 중요하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가 우리한테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코로나 이전 상태로 쭉 갔다면 우리는 일본에도, 중국에도 뒤처져 굉장히 어려웠을 거다. 전기차든, 자율주행차든 중국에 다 밀릴 판이었다. 다 같이 망가진 바람에 우리가 다시 일어나 새 출발 할 유일의 기회가 온 것이다."

―자유롭게 이동하던 세계가 국경을 닫고 방역 쇄국주의로 회귀했다. 코로나 이후 세계가 예전으로 돌아갈까.

"모든 생태계에 변화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현실(new reality)이 펼쳐질 거다. 코로나는 세계화, 장기화, 계절화되고, 요다음에도 비슷하게 나올 것이므로 사회관계와 행동 양식, 생산 소비 패턴이 다 바뀔 거다. 과거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체제에 기반한 세계화도 끝났다.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 재편이 불가피하다. 4차 산업혁명이 더 빨라지고 그에 맞춰 글로벌 공급망도 바뀔 거다.

2008년부터 나는 '세 개의 30%'를 강조해왔다. 첫째, 특정 시장과 기업 의존도가 30% 부서져도 견딜 수 있게 경제 체제를 바꿔야 한다. 둘째, 세계적으로 매출이 30% 부서져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현금 흐름이 30% 빠져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중국 의존도도 재검토해야 한다. 각 기업의 포트폴리오도 다 달라져야 한다."

이헌재 前경제부총리
/이진한 기자

―'세계의 공장' 중국이 셧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어떻게 방향 전환을 해야 하나.

"코로나를 계기로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눈도 달라졌다. 중국은 거대한 소비 시장이면서 저렴한 노동력에 기반한 생산 기지여서 전 세계에서 투자가 몰렸는데 이번에 다 같이 멈춰 섰다. 중화권 경제의 불확실성이 굉장히 커졌고 소비 및 투자 부진도 불가피하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사드 갈등보다 더 심각하게 짚어야 할 게 있다. 일본과 중국은 상호 보완적, 의존적 관계다. 중국 경제는 일본 설비나 부품, 기술이 없으면 앞으로 못 나간다. 반면 한국과 중국 경제는 경쟁적, 대체적 관계다. 특수한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자기네 산업으로 다 대체했다. 사드니 뭐니 중국 목소리가 커진 건 중국 경제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낮아진 현실도 반영됐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우리는 중국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안 벗어나도 당했을 거다. 중국에 의존하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국 관계를 재정립하고, 우리가 수월성 갖는 분야를 챙길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가령 이럴 때 한국으로 리쇼어링(기업의 본국 회귀)을 유도하는 기업 정책이 필요하다. 이념형 정책을 재검토해서 시장과 새로운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선진국은 코로나 쇼크를 막기 위해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섰다.

"그 역시 한계가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는 과잉 공급, 과잉 유동성 상태였다. 2008년에 푼 유동성이 해소 안 된 상태에서 코로나로 추가 유동성이 투입되면 결국 남는 불확실성은 머니 게임이다. 전 세계 공급망이 무너진 상태에서 그동안의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 조정되고 수요가 일어나야 한다. 트럼프 계산으로는 6, 7월에 코로나 사태를 끝내고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고 싶어할 텐데 코로나 사태는 진정될지 몰라도 글로벌 공급망 재정비나 중국의 불확실성은 내년까지 갈 것이다. 2008년 당시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집 가진 사람이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았다. 빈부 격차 등의 문제가 내부화돼 언젠가 터질 상황이었는데 코로나가 그걸 폭발시켰다. 2008년 경험을 교훈 삼아 미국 정부가 각 가정에 직접 돈을 푸는 것이다."

기본소득, 용어부터 잘못됐다

―우리는 어떤 대응책을 써야 하나.

"우리도 과감하게 돈을 풀어야 하지만 너무 풀어도 안 된다. 코로나 이전의 침체된 경제를 그냥 끌고 가면서 코로나 회생 자금만 무한정 투입하다가 이대로 주저앉을 건가. 이미 세수는 바닥이다. 법인 소득이 줄면서 세수 증대를 기대할 수도 없게 됐다. 국민이나 기업의 생존을 위한 지원은 하되, 위기 이후까지 타성과 기대가 생기도록 지원해서도 안 된다.

리세팅(재설정)을 통해 새 출발 하려면 모든 걸 한꺼번에 해결하겠다고 매달려서도 안 된다. 코로나 쇼크에 대한 대응은 1단계 지혈 정책, 2단계는 살아남는 거에 초점 맞춘 회생 정책, 3단계는 리세팅으로 나누고 지금은 회생 정책까지만 써야 한다. 기업도 당장 부도나지 않고 살아남게 하는 데까지 지원해야 한다. 따라서 2차 추경도 바로 하지 말고 3~4개월 지난 다음 본예산 512조원도 예산 보정 개념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1998년 당시 이헌재(오른쪽) 금융감독위원장이 출범시킨 구조개혁기획단.
1998년 당시 이헌재(오른쪽) 금융감독위원장이 출범시킨 구조개혁기획단.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주자는 제안까지 나온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돈이 쪼개진다. 필요한 계층과 분야에 실질적 지원이 안 된다. 당분간은 지혈과 회생 정책만 써야 한다. 취약 계층에 대한 생계 자금 지원, 피해 기업과 영세 사업자에 대한 생존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용어부터 잘못됐다. 탈(脫)제조업으로 고용 시장이 바뀔 때 소득 대체 방법으로 연계해서 생각하는 개념이지, 위기 국면에 섣불리 도입할 게 아니다. 방만한 복지 체제에서 기본소득까지 도입하면 엉망진창이 되고 감당도 안 된다. 정부의 행정력과 정보력을 동원하면 얼마든지 선별 지원이 가능하다. 업종마다 다르지만 기업은 대략 3개월 주기로 생산 사이클이 일어나는 점을 감안해 일회전 운영 자금을 지원해서 당장 쓰러지는 걸 막고 현상 유지해줘야 한다. 경제 리세팅을 위한 기업 구조조정은 그다음 문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가 코로나 쇼크에 대응하는 경제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도 인수합병 후의 경영이 중요하듯 국가도 '위기 이후 경영'이 중요하다.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는 당장 급한 1, 2단계 연명과 회생 정책까지만 맡아야지, 3단계까지 대통령이 전선 사령관을 해서 되겠나. 지금 당장 돈 뿌리는 대책은 금융위원회 소관이 70%, 기재부 소관이 20%이다. 이런 대책이 지나고 나면 각 부처가 자기 목소리를 넣고 싶어한다. 대통령이 계속 주도하면 청와대 비서관들이 제각각 소관 부처에 지시해 중구난방 정책만 쏟아낼 것이다.

코로나가 진행될 때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워 룸(war room)을 만들고 그곳에 권한과 책임을 확실하게 주면서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시급한 문제를 모아 법제화할 건 법제화하고, 공무원들이 전문가를 불러들여 활동할 여지를 주어야 한다. 부총리 중심으로 정부 부처를 모아 임시 조직을 만들든, 큰 기업을 경영해본 경륜 있는 50~60대 민간인을 영입하든 일종의 참모 본부를 만들어서 어떻게 한국 경제를 리셋할지, 3단계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탈이념, 시장 친화적 바탕에서 코로나 이후 펼쳐질 새로운 현실, 새로운 질서에 대비해야 한다."

韓銀도 양적완화가 능사 아냐

―미국 연준이나 유럽중앙은행은 회사채까지 사들이면서 기업 지원에 나서는데 한국은행은 미적대다 등 떠밀려 나섰다.

"한은법 기본은 물가 관리인데 이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영연방 국가에서 만들어진 골격이다. 지금은 디플레이션에 맞서 중앙은행의 능동적 역할이 요구되는 시기다. 필요하다면 한은법도 바꿔야 한다.

한은이 양적 유동성 조절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질적 구조조정에도 나서야 한다. 차제에 금융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데 한은과 금융위원회가 주도해야 한다. 이번 위기관리는 가계 부채를 재조정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가계 부채 상환을 장기화하면서 안정시켜야 소비가 일어난다. 그런 방향으로 가면 은행 입장에서는 당장 자금 조달과 운용 간에 불일치가 일어난다. 그걸 한은이 적극 메워줘야 한다. 한은이 기득권을 버리고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굉장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출처 : 조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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